`아무튼, 할머니'
`아무튼, 할머니'
  •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 승인 2023.04.03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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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서가 권하는 행복한 책 읽기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김현숙 괴산교육도서관 사서

 

괴산도서관은 월 1회 이용자 희망 도서가 들어온다. 오늘 서점 사장님이 희망 도서를 한 아름 안고 도서관에 오셨다. 내가 신청한 책은 없지만 새 책이 들어오는 반가운 마음에 한걸음에 나가 책을 맞이한다. 그중 한 손에 쏙 들어오는 작은 책 하나가 눈에 띄었다.

희망 도서를 신청한 이용자가 먼저 봐야 하는 특권이 있는 책이지만 조심스레 책을 만져본다. 혹시나 새 책이 아닌 것이 티가 나려나 싶어 책을 45도만 열어서 살포시 활자를 찬찬히 읽어보았다.

아무튼 시리즈 중 하나인 `아무튼, 할머니', `그래, 사는 게 지겨워질 리가 없어' 부제가 있는 책이다.

할머니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영화 `집으로'에서 처럼 살짝 허리가 굽으시고 말이 별로 없으시며 늘 손주를 우선으로 생각하시며 무조건 손주 편인 할머니 모습이다.

`아무튼, 할머니'에서는 다양한 할머니 이야기를 소개한다. 외향성 할머니 사례에서 마을버스에 탄 할머니들끼리 “뭘 그렇게 많이 사셨슈?” 스웨그 있게 스몰 토크를 나누시는 할머니. 모르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아시는 할머니. 남에게 도움도 척척 받을 수 있고 남도 척척 도울 수 있는 겁 없는 할머니 이야기 등 할머니 에피소드는 읽는 내내 미소 짓게 하였고 스웨그 할머니를 만났을 때는 신나기도 하였다.

최근 휴대폰을 바라보는데 흐릿하게 보여 살짝 뒤로 휴대폰을 당기니 선명하게 보이는 아주 기분 묘한 경험을 하였다. 노안이 시작되나보다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나도 할머니가 되어가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지금 이 책이 눈에 들어왔나 보다.

나이 듦. 나이가 든다는 것, 아름답게 나이를 먹는다는 것이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어떤 할머니가 될까? 그때도 호기심 가득하고 하고 싶은 일이 많으며 먹고 싶은 것도 많을까? 얼굴에 주름이 져도 자연스러워 보일까? 괜한 걱정과 궁금증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괴산은 노년 인구가 많아 도서관에서도 자연스레 할머니를 자주 만난다.

가까운 대학 연극영화과에 신입생으로 입학하여 공부하시는 70대 할머니도 계신다. 나이는 나이일 뿐이라는 것을 몸소 보여주시는 청바지에 흰색 티셔츠를 입고 검정 백을 뒤로 메고 다니시는 할머니가 존경스럽다.

도서관에서 만나는 할머니들은 책을 곁에 두는 우아한 할머니일 것이다. 나도 꿈을 잃지 않는 우아하고 멋진 할머니가 되고 싶다.

우리 할머니가 그리워지는 오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아무튼, 할머니'를 추천한다.

어렸을 적, 할머니 품에 안겨 할머니 냄새를 맡았던 추억을 곱씹을 수 있을 것이다.

옆집 스웨그 있는 할머니 이야기를 들으며 통쾌한 맛을 느끼는 것은 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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