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 어디까지 공부했지?
지난 시간 어디까지 공부했지?
  •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 승인 2023.03.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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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현장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최지연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 교수

 

지난 시간 어디까지 공부했지? 중고등학교 시절 선생님들은 이 질문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반마다 다른 진도를 확인하기도 하고, 질문에 답을 하는 학생이 지난 시간 공부 내용을 짧게라도 상기해보라는 의도였을 것이다.

옆 반 보다 진도가 늦으면 얼른 진도를 나가야 한다고 말씀하기도 하고, 빠른 진도면 여유 있게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는 등 전체 진도를 맞추어 나가는 일은 수업 목표처럼 우리의 중요한 푯대였다. 그 중요했던 전체 진도가 중요하지 않은 곳이 있다. 그것도 학교에서 말이다.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야마부키초등학교는 2021년도부터`야마부키 셀렉트 타임(Yamabuki Select Time 이하 YST)'이라는 자유 진도 학습을 모든 학년에 도입하였다. 일주일에 4~10시간 정도 실시하는 YST는 학생이 각자의 학습 방식에 맞게 스스로 공부하는 시간이다. 3학년 YST 교실을 한번 보자. 한쪽에서는 서너 명의 학생이 모여서 자신들이 공부하는 주제로 자율 학습을 한다. 벽에 책상을 붙이고 혼자 공부하는 학생도 있다. 모여서 공부할 때는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조용히 대화하고 선생님은 필요한 조언과 도움을 주기 위해 학생들을 관찰하며 순회한다.

학생들은 YST에 공부할 교과와 학습 내용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다. 우선 선생님은 한 주간 동안의 `주간 계획'과, 각 교과의 `단원 진도표'를 작성하여 공유한다. 단원 진도표에는 단원의 목표나 계획, 사용 가능한 교재 등이 다양하게 제시되어 있어 학생들의 선택을 돕는다. 예를 들면 산수에서는 자신이 배우는 진도 목표에 따라 교과서, 유인물, 디지털자료 등에서 택하여 공부할 수 있다.

선생님으로부터 주간 계획과 단원 진도표를 받은 학생들은 그것을 바탕으로 한 주간의 시간표를 각자 짠다. 최종적으로 목표 달성이 가능하다면 진도도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YST로 지정된 시간에는 단원 진도표를 바탕으로 `언제,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학습할지를 학생들이 스스로 결정하는 것이다. 물론 선생님은 학생의 시간표에 조언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배우는 주체는 학생이다. 학생의 자유 시간표에 따라 공부를 마치면 성과물을 확인하고 루브릭(서술형 평가표)등을 이용해 전체 과정을 돌아보는 것으로 학습은 마무리 된다.

YST의 핵심은 배움의 가치를 공부하는데 있다. 주간 계획과 단원 진도표에는 배울 내용이 학생의 삶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보여주고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를 제시하여 학생이 배움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데 초점을 둔다.

또한 되돌아보는 시간을 통해 공부하는 마음가짐, 배움의 균형 등도 살핀다. 무엇을 배우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배우는가에 더 가치를 두는 시간인 셈이다. 이러한 시도는 배움에 있어 학생의 주체성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기대를 바탕으로 한다. 일체의 공부가 자기 공부라고 할 때, 학생들은 어린 시절부터 자신의 공부를 배워간다.

이 프로그램을 경험한 한 학생은 이렇게 후기를 남겼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이 수업을 하고 저희는 칠판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었어요. 선생님이 하라고 하시면 문제를 풀고 멈추라면 그만 풀었죠. 그러나 YST를 통해 계획하는 것을 배웠어요. 내가 계획을 세우고 계획대로 내가 하고, 내가 계획을 수정할 수도 있어요.”

스스로 공부하라고 지시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공부할 장을 마련해주는 것, 우리도 한번 해볼 만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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