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규를 추모하며
임부규를 추모하며
  •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 승인 2023.03.29 1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원의 목요편지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김기원 시인·편집위원

 

한동안 몹시 슬프고 우울했습니다.

닷새 전에 귀천한 임부규 후배와의 사별이 너무 안타까워서입니다.

100세 시대에 고작 60년을 살고 생을 마감한 그의 짧은 생이 허망하고 애석해서 신음했고, 믿고 의지하고 사랑했던 그를 이렇다 할 수인사도 없이 떠나보내서 미안하고 죄스러워 오열했습니다.

또 지역사회에 보탬이 되는 훌륭한 인재를 서둘러 데려가신 신이 야속해 원망도 했습니다.

나 죽으면 관을 들고 울어줄 사람이었는데 되레 열 살이나 많은 내가 그의 푸른 영정 앞에 엎드려 절하고 하관한 무덤에 시토를 하고 왔으니 비련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하여 옆에 있던 교회 장로 친구에게 염장을 질렀습니다.

`하느님도 야속하시지. 전쟁을 일으켜 수십만 명의 무고한 인명을 살상하고 삶터를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드는 푸틴 같은 작자를 잡아가지 않고 저리 좋은 사람을 잡아가시느냐'라고.

각설하고 임부규는 참으로 멋진 사내였고 불꽃처럼 산 의지의 한국인이었습니다.

그의 처가 `세상에서 제일 멋진 내 신랑 어떻게'하며 관을 부여잡고 울부짖듯 좋은 남편이었고, 아들딸에게는 자랑스러운 아버지였으며, 동생들에겐 기댈 언덕이 되어준 든든한 형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친구들에게는 한결같은 벗이었고, 후배들에게는 후덕한 선배였고, 선배들에게는 깍듯한 후배였으며, 사원들에겐 형 같은 푸근한 사장이었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를 좋아했고 어울리면 엔도르핀이 나는 묘한 사람이었습니다.

장례식은 그렇게 잘 살아왔다는 걸 입증하는 한 편의 감동드라마였습니다.

흔히들 자식 결혼식의 화객과 화환은 부모의 몫이고 부모 장례식의 조객과 조화는 자식의 몫이라는데 코로나시국임에도 비보를 듣고 달려온 수많은 친지들과 친지들이 보낸 수많은 조화들이 이를 무색케 했습니다.

발인 때도 병원 뜰이 가득할 정도로 조문객이 많았고 회사에서의 노제도 장지에도 100여명이 넘는 조문객이 몰려와서 그의 마지막 가는 길을 눈물로 배웅해 놀랍기도 했고 자랑스럽기도 했습니다.

임부규는 청주공고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입사해 실무경험을 쌓은 후 퇴사해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하듯 (주)두림종합건설을 창업해 어엿한 중견기업으로 키운 자수성가형 기업인입니다.

젊은 시절 석면가루를 뒤집어쓰고 일했던 게 화근이 되어 폐암에 걸렸고, 2년간 서울 굴지의 병원에서 치료받았지만 별무효과로 스러지고 말았으니 오호통재입니다.

그는 충청북도양궁협회장을 역임하며 지역체육발전에 크게 기여했고, 국제로타리클럽 지구회장을 맡아 봉사활동에 앞장 선 동량지재였습니다.

평소 언행에 진정성과 배려심이 녹아있었고, 회사일이든 동호회모임이든 골프라운딩에서든 어디서나 거침이 없는 긍정의 아이콘이었으며, 인간냄새 풀풀 나는 리더십과 친화력으로 득인심했고 사랑받았습니다.

그런 멋진 사내를 아우로 둔 건 행운이었고 축복이었습니다.

충북테크노파크 경영지원실장으로 재직할 때 알게 된 안용근 사장의 소개로 술자리를 갖게 되었는데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의기투합해 15년을 친형제처럼 지냈고 아내들도 언니 동생하면서 각별하게 지냈으니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런 인연으로 부부모임인 청부회(푸른 부부, 맑은 부자)를 결성해 어우렁더우렁 살았고, 별회(지역과 삶을 반짝반짝 빛나게 하는 부부)에 일원으로 함께 활동한 존재 자체가 힘이 되는 우리였습니다.

그랬던 임부규를 더는 볼 수 없으니 어찌 슬프지 않으리오.

하지만 이제 그와 맺은 인연과 추억을 마음 속 박물관에 고이 간직하고 그리울 때마다 꺼내보려 합니다.

그의 편안한 안식과 영면을 위해 기도하고 그가 남긴 사랑하는 가족의 평안과 웅비를 응원하며 살겠나이다.

하늘의 별이 된 부규야! 먼저 간 네가 형이 되고 나중에 간 내가 동생이 되어 다시 만나자. 잘 있어.

/시인·편집위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