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맞으러 무심천으로 가야지
봄 맞으러 무심천으로 가야지
  •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 승인 2023.03.29 1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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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이현호 충북예총 수석부회장

 

올해는 무심천에 벚꽃이 일찍 피었다. 옛날에는 개나리꽃, 목련 꽃이 피었다 지고 나면 연분홍빛 살구꽃이 가경천에 활짝 피고, 무심천 변 남편부터 운천동 아래쪽으로 피고는 했는데 일찍 날이 따듯해져서 그런가, 아니면 지난 3년 동안 코로나가 무서워서 늦게 조심스럽게 피었던 꽃들이 올해는 너무도 신이 나서 개나리꽃, 살구꽃, 목련꽃, 벚꽃이 합창이라도 하듯 함께 고개를 들고 활짝 웃으며 노래라도 부르는듯하다.

꽃이 피고 온 세상이 파랗게 염색되는 계절엔 가요 노래들도 일 년 중 가장 긍정적이고 밝은 멜로디와 튀는 리듬으로 내 마음도 콩당콩당 뛰게 한다.

이정선의 `봄'부터 시작하여 박인희의 `봄이 오는 길'을 들으면 가까운 곳에서는 봄들이 불쑥 나타나서 내 손을 잡고 막 흔들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또한 우리의 가곡들은 어떠한가? 최고로 아름다운 시에 서정적인 음을 입혀서 바이올린 선율이나 소프라노의 아름답고 높은 소리로 가슴을 짜릿짜릿하게 침을 놓는다.

벚꽃이 활짝 피던 토요일 저녁에 내가 다니는 음악카페 무대에서 맑고 자그마한 노래가 들려왔다. 서정적인 가사와 약간은 몽환적인 노래가 너무나 듣기 좋았다. 그 옛날 깨끗한 박인희의 음색을 닮은 윤슬씨 노래였다.

언젠가 TV에서 들어 본듯한 독특한 멜로디의 아름다운 노래라 제목을 물어봤더니 김윤아의 `봄이 오면'이라는 봄 노래였다. 가사도 좋고 가벼운 비긴 리듬의 노래라 자꾸 머리에서 맴돌아 인터넷으로 찾아 들어가 몇 번인가 계속해서 들어 보았다. 들으면 들을수록 가사가 너무나 좋았다.

“봄이 오면 하얗게 핀 꽃 들녘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봄 맞으러 가야지. 바구니엔 앵두와 풀꽃 가득 담아 하얗고 붉은 향기 가득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연둣빛 고운 숲 속으로 어리고 단비 마시러 봄 맞으러 가야지. 풀 무덤엔 새까만 앙금 모두 묶고 마음엔 한껏 꽃피워 봄 맞으러 가야지. 봄바람 부는 흰 꽃 들녘엔 시름을 벗고 다정한 당신을 가만히 안으면 마음엔 온통 봄이 봄이 흐드러지고, 들녘은 활짝 피어나네. 봄이 오면 봄바람 부는 연못으로 당신과 나 단둘이 노 저으러 가야지. 나룻배엔 가는 겨울 오는 봄 싣고 노래하는 당신과 나 봄 맞으러 가야지. 봄이 오면 봄이 오면.”

난 나이가 들어도 옛날 노래는 물론이고 요즘 예쁜 노래도 너무 좋아한다.

봄에는 모든 노랫말이 시가 되고, 새소리, 물소리에 일정한 음정과 리듬만 있으면 모두가 노래가 되는 것 같다.

꽃이 피는 봄이라 마음은 왜 이리도 들뜨고 붕 뜨는지 그냥 웃음만 나오는 신나는 봄이다. 세상이 온통 하얗고 핑크색인 봄이 영원했으면 하는 생각이 들어 눈을 감고 봄 냄새를 맡아본다.

벚꽃이 활짝 판 화창한 오후 다음 주 시작되는 제20회 청주예술제 기념 음악회를 준비하느라 연습실 가는 길은 무심천에 활짝 핀 벚꽃을 구경하는 상춘객들로 붐벼 바쁜 나의 차가 앞으로 가길 거부한다.

꽃은 허드러지고 피었고 내 마음은 바쁜데도 그 속에서는 `봄이 오면'이란 노래가 흐르고, 나의 마음도 봄 한가운데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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