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들이 굶게 된 세상
소설가들이 굶게 된 세상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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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 재 경 <부장(천안)>

국내 소설가들이 밥줄 끊길 것을 걱정하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들린다.

요즘 신문,방송을 통해 전해지는 소식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연일 신정아 사태가 소설보다 재미있게 연재되고 있다.

어느 하루는 그녀의 누드사진까지 한 일간지에 대문짝만큼 크게 공개됐다. 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청소년들에게도 포털을 통해 여과없이 전달됐다. 40∼50대들이 수 십년 전 '선데이 서울'을 보면서 느꼈을 야릇한 흥분감이 이번에 우리 청소년들에게도 그대로 느껴졌을 터이다. 사실여부는 모르겠지만, 신정아·변양균 두 사람의 염문설도 벌써 소설 수준 이상이다.

신정아로 인해 촉발된 연예인들의 학력위조사태도 흥미진진하다. 세기 말의 히로인이었던 장미희가 교수직을 내놓았고 윤석화, 최화정, 오미희, 주영훈, 김승현, 강석, 최수종 등이 줄줄이 매스컴을 타며 치부를 드러냈다. 며칠 전엔 김옥랑 전 단국대 교수가 허위학력이 기재된 이력서를 제출해 교수직을 맡았다는 혐의로 법정에 섰다.

일부 스타들의 '악어 눈물'식 속죄도 사태를 더욱 재미있게 해주고 있다. 잘못을 뉘우치는 스타들의 모습이 TV화면에 나타난 후 다시 그들의 해명이 거짓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 같은 일들이 소설가들의 밥줄 끊기겠다며 엄살을 떨 만큼 재미있는 이유는 뭘까.

바로 그들이 스타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이들이 저질렀다면 손가락질 한 번 받고 말수도 있는 일들이 스타라는 '포장' 때문에 예사롭지 않은 것이다.

K리그에 컴백한 안정환이 얼마전 2군 경기도중 관중석에 뛰어들었다. 그가 누군가. 2002 한·일월드컵에서 '어게인 1966(북한이 이탈리아를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1대 0으로 꺾은 해)'의 기적을 이루게 해준 주인공 아닌가.

그런 그가 관중석에 뛰어올라 자신에게 야유를 퍼붓는 상대팀 서포터즈에게 맞장까지 뜰 기세로 흥분해 있는 모습이 방송카메라에 잡혀 전파를 탔다. 스포츠신문들로서는 당연히 1면 머릿기사감이었고, 모든 언론이 이 사태를 크게 다뤘다. 몇몇 언론은 그 행동의 정당성여부를 묻는 설문조사까지 벌이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 역시 스타다.

국내 화단에 신데렐라로 등장했던 신정아, 참여정부의 황태자로 부상한 변양균에서 장미희, 윤석화, 안정환에 이르기까지 요즘 매스컴은 연일 스타들의 일탈로-신정아, 변양균도 스타라고 치자- 정말 소설같은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재미있는 뉴스들을 본 뒤 신문을 접고나면 뭔가 답답하기만 하다.

신문 지면의 어디서도 희망을 줄만한 소식들이 거의 전해지지 않고 있다. 언론이 경제지표를 들먹이며 경기회복에 청신호가 켜졌다고 떠들어대지만, 정작 추석을 앞두고 밀린 임금 걱정을 해야하는 중소기업주들, 빈 지갑을 뒤집어보며 한숨을 짓는 서민들에겐 거짓말만 같다. 치솟은 기름값은 더 오를 기미이고, 은행문턱은 여전히 높다. 어제는 100대 기업 임원들의 평균 월급이 5200만원이라는 기사가 보도돼 서민들 눈이 휘둥그래졌다. 연봉도 아닌 월급이라니, 서민들로서는 희망을 주기는 커녕, 좌절감을 줄만한 기사가 대서특필 된 것.

신문 정치면에는 여전히 여당의 경선을 둘러싼 이전투구식 싸움판만 보도되고, 정권탈환에 올인한 야당의 행보만 눈에 띈다. 그러니 그나마 재미있게 볼만한 기사가 일탈된 스타들의 소식들 뿐이다.

그 혹독했던 IMF위기때도 이러지 않았다. 그 때는 희망을 주는 스타들이 있었다. 1998년 LPGA US오픈에서 맨발의 투혼을 보였던 박세리, 코리안 메이저리거 1호로 오전 시간대에 온 국민을 TV앞으로 끌어들였던 박찬호….

우리 함께 찾아보자. 소설가들 밥 먹고 살게 해주고 서민들에게 희망을 안겨줄 스타들은 어디 없을까. 요즘 말썽부린 그런 스타들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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