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 대체복무와 대한민국
병역 대체복무와 대한민국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9 2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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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 영 일 <본보 대표이사 사장>

정부가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키로 가닥을 잡았다. 정부가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무분별한 전과자 양산을 막고 신앙인의 인권을 보호한다는 취지에서다. 이것은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2005년 12월 국회의장과 국방부장관에게 '양심적 병역거부권이 헌법과 국제규약에서 규정한 양심의 자유 보호범위 내에 있다'며 대체복무제도를 도입토록 한 권고와, 정부가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병역의무와 소수 인권보호를 합리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방침을 정한데 이은 후속조치이다.

지난 5년간 종교적 병역거부자는 2002년 826명, 2003년 565명, 2004년 756명, 2005년 831명, 2006년 783명으로 총 3761명이고 연평균은 752명에 이르고 있다. 이들 중 특정종교 신자가 3729명이다. 이들 병역기피자의 90% 정도가 징역형을 선고받고 있는 현실을 감안, 종교적 계율에 따라 총들기를 거부하는 이들의 인권보호차원에서 이런 결정을 내린 것으로 봐야 한다.

정부는 종교적 병역거부자 중 대체복무 희망자를 사회복지와 보건의료 및 환경안전 분야에서 복무케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소록도 한센병원(전남)과 결핵병원(경남 마산) 및 정신병원(충남 공주) 등 국립특수병원이 우선 대상지로 될 확률이 높다.

징병제를 시행하고 있는 국가 가운데 대체복무를 인정하고 있는 나라는 독일, 러시아, 이탈리아, 스위스, 타이완, 폴란드 등이다. 이들 국가의 대체복무기간은 일정치 않으나 대부분 그 나라의 현역병 복무기간보다 1∼6개월 정도 길다. 정부가 현재 구상중인 대체복무기간은 현역병의 두배인 36개월 정도로 보고 있다. 이는 공익근무요원보다도 14개월이나 길다.

정부가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를 시행하기 위해선 병역법과 향토예비군설치법 등을 개정해야 한다. 관련 법규개정을 내년까지로 잡고 있지만, 정부의 고민도 많다. 대체복무를 인정해야 하는 국민적 합의과정이 필요하고, 병역거부 분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사회적 안전장치 또한 선결과제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종교적인 이유를 내세운 병역거부자에 대한 대체복무 허용결정이 내려진 18일, 안보단체와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찬반 논란이 뜨거웠다. 양심과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한 입영거부자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는 것은 인권보호 차원을 넘어 병역의 형평성 논란과 합법적인 병역기피를 양산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재향군인회는 종교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를 허용한데 따른 '입장문'에서 "대체복무 허용은 기회주의적인 징병거부자들에게 병역기피의 명분을 제공해 주는 위험한 발상으로 국가안보에 해를 입히고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게 된다"고 주장,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와는 반대로 참여연대는 논평에서 "총기 들기를 거부한다는 이유로 법적, 사회적 처벌을 받아왔던 병역거부자들에게 대체복무를 허용하기로 한 정부의 결단을 환영한다"면서 "대체복무 허용 결정은 소수자의 인권보호와 무조건적인 병역의무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기존의 소모적인 논쟁을 뛰어 넘어 법제화를 통한 문제해결의 단계로 진입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찬성 입장을 표명했다.

어떤 제도이건 찬성과 반대의 입장이 서로 대치되게 마련이다. 어떤 입장이든 서로의 주장을 조화있게 포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나라가남북대치상황이라는 현실을 모르는 국민이 없고, 국제적인 위상에 걸맞는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도 국민 모두가 잘 알고 있다. 정부는 최종결론에 이르기까지 국민적 합의를 원만하게 이끌어 내는 원숙한 정치력을 발휘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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