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다가 만 꽃
피다가 만 꽃
  • 김순남 수필가
  • 승인 2023.03.23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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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의 한가운데
김순남 수필가
김순남 수필가

 

기어이 포기했단 말인가. 가게 앞을 지나다 보면 나도 모르게 그곳에 시선이 머문다. 코로나가 끝나면 다시 장사를 시작하리라 기대했는데 아마도 끝내 식당을 열지 않을 모양이다. 코로나 중에 문을 닫은 식당이 한두 곳이 아닌데 그곳을 지날 때마다 신경이 쓰였다. 딱 한 번 식당에 들어가 음식을 먹으며 마주한 주인인 젊은 부부의 모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삼 년 전 코로나가 있기 전 어느 가을날이었다. “엄마 오늘 점심 같이 먹어요” 출근한 아들이 집 근처에 회 초밥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생겼다며 들뜬 목소리로 전화를 걸어왔다. 아들은 개업한 지 얼마 안 되는 식당을 며칠 눈여겨본 듯했다. 저녁에는 손님이 제법 들어 왁자지껄한 시간에 아기를 데리고 가기가 걱정되었던지 점심을 먹자는 얘기였다. 육아휴직 중이던 며느리와 우린 식당으로 가서 점심 메뉴 회 초밥과 다른 메뉴를 추가로 시켰다.

어떻게 힘든 식당을 운영할 생각을 했을까. 주인은 아직 신혼인 듯 보였다. 남편은 음식을 준비하고 아내로 보이는 젊은 여자는 계산대에 앉아 손전화만 만지고 있었다. 손님이라고는 달랑 우리뿐인지라 할 일이 없기도 하겠지만 점심시간을 이용해 나온 아들 때문에 시계를 연거푸 보았다. 한 참 만에 나온 음식을 급히 먹고 아들은 직장으로 갔다. 며느리와 집으로 오며 아직 식당 일이 많이 서툴게 보이는 그 부부 이야기를 나누었다. 아들, 며느리 또래의 젊은이라서일까. 마음이 쓰였지만, 그 식당이 장사가 잘되길 바랐다.

순전히 개업 발이었던 것 같다. 그 후 들고 날며 보니 저녁 손님이 한두 테이블은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고 안도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이고 손님 없는 가게에 젊은 부부가 각자 손전화에 열중하는 모습만 보이고 언제부터인가 남자만 나와 식당에 있는 것 같았다. 코로나로 더 손님이 뜸하고 점심 장사는 하지 않았다. 저녁에만 잠시 문을 열고 차츰 문은 닫히고 며칠 불빛이 밝아 다행이다 싶다가는 또 문이 닫히더니 작년 가을 이후 가게 문이 열리지 않았다. 오늘 아침에도 지나다 보니 의자가 모두 탁자 위에 올려져 있어 정말 장사를 안 할 건가 싶어진다.

이제 코로나 규제도 많이 풀렸고 잘되는 식당에는 여전히 사람들이 북적인다. 어떤 식당에는 예약하지 않으면 밥을 먹기가 어려울 만큼 문전성시를 이루는 곳도 있다. 근 삼 년 가까이 이런저런 모임이 쉬어오다 작년 가을부터 슬슬 다시 모여서 밥 먹고 차 마시는 일이 잦아지다 보니 대부분 식당이 활기를 찾은듯하다.

따뜻하던 날씨가 꽃샘추위로 며칠째 쌀쌀했었다. 엊그제 길가에 노란 꽃잎을 피우려던 개나리가 얼어버린 모습을 안쓰럽게 바라보았었다. 아뿔싸, 너도 조금 참았다 꽃잎을 피우지. 때를 잘못 만났구나 싶었다. `그래, 꽃도 그 젊은 부부도 때를 잘못 만난 탓이야' 하며 스스로 위안 삼았는데 오늘 지나다 다시 보니 개나리는 노란 꽃봉오리를 살그머니 터트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젊은 부부도 지금쯤 새로운 도전을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날씨가 다시 훈훈해지면서 피우려다 멈춘 개나리가 다시 활짝 피어나듯이 그들도 실패를 거울삼아 더 단단한 삶을 꽃피우길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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