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안온한 느낌 심어주는 곳
에스프레소 안온한 느낌 심어주는 곳
  • 오영근 기자
  • 승인 2023.03.23 2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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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천동 `마일로 에스프레소바'

 

`직지'로 유명한 청주고인쇄박물관에서 운천신봉동 행정복지센터에 이르는 600m 남짓의 2차로를 운리단길이라 한다. 서울 이태원에 있는 국군재정관리단의 전신 육군중앙경리단에서 유래된 경리단길의 이름을 딴 길이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 `직지'를 테마로 낙후된 도심을 재정비하는 도시재생사업이 2017년부터 시작됨으로써 활기를 되찾게 된 곳이다.

옛이름 `구루물', 운천동(雲泉洞)의 운리단길 주변으로는 기록문화의 본향답게 고인쇄와 관련된 공공건물을 중심으로 핸드크래프트 샵, 이색서점, 카페, 음식점 등 볼거리가 많다. 최근에는 tvN 드라마 `일타스캔들'의 촬영장소로 유명세를 탔다. 마일로(milo) 에스프레소바는 운리단길에서 조금 벗어난 운천동 880번지 연당어린이공원 옆에 있다. 흥덕사지 주변을 일컫던 `연당'은 오래전 이곳에 있던 연못에서 기인한 자연마을 이름이다. 지금은 메워져 주택단지가 되었다.

본래 에스프레소는 산업화 시대의 산물이다. 노동시간 확보를 위해 빠듯해진 식사시간이나 휴식시간에 서둘러 커피를 마시기 위해서는 보다 신속하게 커피를 추출해 낼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커피가루를 넣고 끓이거나 뜨거운 물을 부어 우려내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단기간에 대량으로 커피를 추출하기 어려웠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처음에는 증기압으로, 후에는 지금처럼 전통펌프를 이용한 8~10바(bar)의 압력으로 뜨거운 물을 커피에 통과시켜 추출해 내는 방식이 자리를 잡게 된다. 이렇게 나타난 것이 커피의 심장, 에스프레소(Espresso)다.

다양한 정보와 도구로 인해 전보다 편하게 내릴 수 있는 드립커피에 비해, `입문은 쉽고 마스터는 어려운 것'이 바로 에스프레소다. 에스프레소바에서 바리스타의 역할이 중요한 이유다.

에스프레소바, 마일로의 바리스타는 5평 남짓한 공간에서 커피를 직접 내리고 주문도 직접 받는다. 공간 구조에 맞춘 쉐어테이블 1개와 스탠딩 테이블이 있고, 매장 앞 또 다른 공간으로 확장하였다. 처음 바를 오픈하던 2021년 8월만 해도 청주에 에스프레소바가 너무 생소한 개념이어서, 제일 먼저 그녀가 신경을 쓴 것은 주 메뉴에 대한 고민이었다.

긴 고민 끝에 꿀로 당도조절이 가능한 `에스프레소'가 탄생했다. 이를 기본으로, 마일로 밀크와 에스프레소 크림을 얹은 `마일로 커피', 각각의 에스프레소에 마일로, 생강, 땅콩, 초코 크림을 더한 콘파냐 종류가 있다. 또 더치커피에 마일로크림을 더한 에쏘슈페너도 인기이다.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정연정 문화경제학자

 

브라질을 베이스로 콜롬비아와 과테말라를 적당한 비율로 섞은 기본 블랜딩은 신선도를 위해 볶은지 1주일 전후의 콩만을 사용하고 있다. 당연히 마일로의 에스프레소는 맛이 있다. 에쏘를 써서 어떻게 먹어, 하던 사람도 쉽게 친해져서 두 세잔을 연거푸 마시고는 곧바로 힙하게 컵탑을 쌓은 후 인증샷을 찍어 자랑처럼 톡으로 보낼런지도 모른다.

에스프레소에 대한 안온한 느낌을 심어주고 그 느낌을 확산시키는 곳, 카페 마일로의 주인장 권민희는 에스프레소에 대한 긍정적 마인드를 주변에 널리 확산시키는 창조적 파괴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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