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주인(庵喚主人) 1
암환주인(庵喚主人) 1
  •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 승인 2023.03.23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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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자의 목소리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무각 스님 괴산 청운사 주지

 

배꽃 천만조각

빈 집에 날아든다.

목동 피리소리 앞산을 지나는데

사람도 소도 보이지 않네.



반갑습니다. 매서웠던 추위도 견뎌내고 청매화가 고매한 향기를 품은 꽃봉오리를 올렸네요. 이 시간에 탁마할 공안은 단도직입형 공안인 무문관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庵喚主人) 1.입니다.

서암언 선사는 날마다 스스로 “주인공!” 하고 부르고는 스스로 “예.” 하고 대답하였습니다. 이어서 곧 “그대는 정신 차려, 깨어 있는가?” 하고 물었습니다. 그리고는 곧바로 “예.” 하고 대답하면서 “어느 날 어느 때도 남에게 속지 말라!”고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예, 예.” 하고 스스로 묻고 답하였지요.

이에 무문선사는 이렇게 평창을 합니다. “서암 늙은이는 스스로 자기가 팔고 자기가 사는구나! 어쩌려고 수많은 도깨비 가면을 가지고 노는 것일까? 저것 보게나. 하나는 부르고 하나는 대답하고 하나는 깨어 있으라고 하고 하나는 남에게 속지 말라고 하는구나! 그러나 이 중에 어느 하나를 붙들어도 잘못이긴 마찬가지로구나! 만약 서암 흉내를 내려 한다면 이 또한 여우의 견해에 떨어지고 말게 될 것이로다.”라고 말합니다.

도를 닦는다고 하는 사람들은 진실에 대해 모릅니다. 다만 본래의 신령함을 식으로 삼은 것이 무량겁으로 나고 죽음의 근본이 되었거늘 어리석은 치인을 가리켜 본래 생사가 있는 본래인이라고 말하지요.

송나라 초기에 단구(丹丘)라는 곳의 서암(瑞巖)에 살았던 서암사언(瑞巖師彦) 선사는 날마다 판도방(辦道房)이라고 하는 큰방의 앞마루에 걸터앉아 먼 산을 바라보면서 스스로 묻고 답했습니다. 선사가 “주인공아!” 하고 물으면 이내 선사는 “네” 하고 대답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는 선사가 “정신 차려라.” 하면 이에 선사는 바로 “네” 하고 대답했지요. 또한 선사가 “뒷날에도 남에게 속지 말아라.”라고 하자 이내 선사는 곧바로 “네”라고 스스로에게 자문자답하기를 반복했습니다.

서암 선사께서 매일같이 부르고 “네”라고 답한 이 주인공, 주인공이란 우리가 본래부터 지니고 있었던 근본 마음자리이면서 부모님의 태중(胎中)에 들어가 태어나기 전의 참된 우리들의 모습이지요. 우리는 이 주인공과 함께 살아왔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바로 이 주인공과 함께 살고 있습니다. 이 주인공은 지금까지 한시도 우리를 잠시도 떠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주인공을 매 순간 잊어버리고 살 때가 많습니다. 어쩌면 너무 가까이 있거나 혹은 한 치의 간격도 없기때문에 마치 공기가 항상 우리 곁에 있지만 그것을 잊고 살아가는 것처럼 그만 망각하며 살아가게 되지요.

이렇듯 매 순간 주인공을 잊어버리고 살아가기에 사람들은 이 참된 주인공을 돌아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무상한 이 몸뚱이를 진짜 주인공으로 여기면서 이 몸을 위하고 이 몸을 가꾸기 위한 온갖 겉치레로 애를 쓴다는 말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허망하게도 눈에 보이는 것에만 집착하며 살아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고 여기서부터 이들은 그릇된 길로 빠져들게 됩니다.

다음 시간에는 무문관 제12칙 암환주인(庵喚主人) 2를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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