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배움만큼이나 큰 가치입니다
재미도 배움만큼이나 큰 가치입니다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 승인 2023.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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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동화작가

 

여러분이 어떤 목적지에 가야 한다고 가정해볼게요.

어떤 길로 가는 걸 선호하시나요? 빠르게 갈 수 있는 길, 천천히 가더라도 주변 풍경을 보며 둘러보며 갈 수 있는 길. 아마 상황에 따라 다를 것입니다.

그 장소에 가서 급하게 해야 할 일이 있다면 빠른 길로 가야겠지요. 하지만,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면 주변 풍경을 둘러보며 여유를 가지고 갈 것입니다.

둘 중 어느 방법이든 장단점이 있을 겁니다. 목적지에 일찍 도착해서 목표를 이룰 수도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재미와 감동을 할 수도 있지요.

요즘 우리 사회, 특히 교육계를 보면 너무 급하게 돌아가는 것 같아요. 더 많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 더 빨리 배우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안타까운 마음마저 들게 합니다.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파울로 프레이리와 마일스 호튼의 대담을 엮은 책 제목이기도 합니다. 전 이 말에서 몇 가지 생각해볼 거리를 찾았습니다.

우선 `우리'라는 말을 생각해볼게요. `나' 혹은 `너'가 아닌 `우리'라는 말을 쓴 까닭은 길을 떠나는 선택권이 누군가 한 사람에게 있다는 뜻이 아닙니다.

한 사람의 생각보다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생각하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습니다. 흔히 집단지성이라고 하죠. 즉, 함께한다는 공동체를 의미합니다.

두 번째로 `걸어가면'을 생각해봅니다. 어떤 일에 마주했을 때 이 길이 맞나? 아닌가? 하면서 고민하느라고 걸어갈 생각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선 한 발 내디디면 출발선에서 조금이라도 나아갈 수 있지만 고민하느라 내딛지 않으면 늘 그 자리에 있게 됩니다.

완벽한 준비를 한 후에 무언가 시작하려고 하기보다 우선,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세 번째로 `길'을 생각해봅니다. 누군가 먼저 가고 잘 닦아 놓은 길을 갈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그 길을 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어렵고 두려울 수 있지만, 스스로 낸 길이니 더 보람 있지 않을까요? 결국 `우리가 걸어가면 길이 됩니다'라는 말은 함께하는 즐거움으로 불확실한 미래를 향해 함께 한 발 나아가자는 뜻이 아닐까 합니다.

누군가와 함께 가보지 않은 길로 떠나는 여행은 상상만으로도 설렙니다.

위에서 말씀드린 내용을 교육에 적용해볼게요. 완벽한 길을 만들어주고 그 길로만 가라고 할 것이 아니라 배우는 목적과 방향을 알려주고 다양한 배움 활동 속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 있도록 안내해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요즘 교육 정책들을 보면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가는 길을 만들어두고 그곳으로만 가라고 등 떠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너를 위해서 그러는 거야.'라는 말로 포장했지만, 어린이와 청소년들에게서 행복은 어른이 된 다음에 찾으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나중의 행복만큼이나 지금의 행복도 중요한데 말이지요.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접하는 대부분의 활동에 `교육'이라는 말이 붙습니다.

음악교육, 미술교육, 독서교육, 체육교육 등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흔히 말하는 `스펙'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느낌입니다. `교육'이라는 말을 떼어내고 있는 그대로를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거 정말 재미있네. 한 번 열심히 해볼까?”라는 마음이 들도록 안내해주는 것이 어른들이 해야 할 일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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