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 섬(Zero-Sum)이 없다고?
제로 - 섬(Zero-Sum)이 없다고?
  •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 승인 2023.03.21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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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단상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정규호 문화기획자·칼럼니스트

 

제로-섬(Zero-Sum)이 강조되는 국가 혹은 사회를 정상적인 구조로 볼 수 없다.

제로 섬(zero-sum)은 게임이나 경제 이론에서 여러 사람이 서로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 모든 이득의 총합이 항상 제로 또는 그 상태를 말한다. 주최 측의 몫을 제외하고 패자로부터 모은 돈을 승자에게 나누는 방식인 경마나 슬롯머신 등 도박과 외환거래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노동 생산성은 경시되고, 금융 및 부동산, 가상화폐 등의 소위 `영끌'을 주저하지 않는 작금의 경제 수렁에서 제로-섬은 널려 있다.

코로나 펜데믹 이후 대부분의 나라들이 신자유주의 시장경제를 버리고 국가가 주도적으로 관리하는 경제정책의 빠른 전환에도 불구하고 기업 중심을 고집하는 현 정부의 정책기조는 뚜렷한데, 유독 한-일 관계에서만 제로-섬이 아니라는 주장은 모순이고 억지에 해당한다.

한반도와 일본열도는 역사적으로 제로-섬인 경우가 단 한 차례도 없다. 고구려, 백제, 신라가 경쟁하던 아주 먼 옛날에도 왜의 도적질은 숱하게 역사에 기록되어 있다.

그런 만행에도 한반도는 섬나라 그들에게 고급의 문화를 서슴없이 전해주면서 미개의 눈을 뜨게 해주기도 했다.

고려와 조선을 거치면서 도적의 근성은 고쳐지지 않았고, 침략이 거칠어지자 자유무역지구를 정해 거주와 경제활동의 특혜를 베풀기도 했으나 은혜에 대한 보답은 여태 기대할 수 없다.

섬나라는 뒤늦게 국가의 형태를 갖추자마자 한반도 침략의 발톱을 드러냈으며, 그렇게 전쟁터가 된 한반도 조선은 수많은 백성이 희생되고 강토가 유린되었으며 소중한 문화자산을 섬나라에게 빼앗기는 고난을 당했다.

마침내 대한제국에 이르러서는 우리 안의 간신과 매국노의 배반과 더불어 경술국치의 통분을 겪으며 한반도의 모든 운명을 송두리째 빼앗기는 식민의 굴욕을 견뎌야 했다.

섬나라 침략지배의 36년 동안 우리 민족은 독립의 기개를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았고, 일본제국주의는 온갖 악랄한 수법을 동원해 수많은 애국투사들의 목숨을 빼앗았고, 고문과 투옥, 감시와 자유의 박탈에 이르기까지 만행은 끊이지 않았다.

부녀자는 위안부로 끌려갔으며, 젊은이들이 강제노역과 강제징용으로 희생된 것이 부지기수였다. 이 땅의 모든 생산물과 자원은 일본제국주의에 의한 수탈의 대상이었다.

창씨개명이 강제되면서 한국인의 말살은 획책되었고, 천년이 넘도록 계승 발전되어온 찬란한 문화유산은 깡그리 부정되고 왜곡되며 둔갑되는 수모는 여태 친일과 왜색으로 남아 지워지지 않는 상흔이 되고 있다.

패망한 섬나라가 부활의 기회를 잡은 것은 이념의 갈등과 대치로 인한 한반도의 전쟁이었다. 전쟁의 비극은 체제에 대한 우월성을 내세우며 대립하던 민족 내부의 갈등만큼 미국과 소련의 양극화된 냉전의 지정학적 요인이 만만치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친일세력이 버젓이 주류를 이루는 역사의 모순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으며, 여태 우리 안에 암약하고 있는 적들의 정체를 파헤치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3.1운동과 해방, 대한민국의 건국과 세계 10위안에 드는 성장의 기적을 이룩했음에도 지금껏 제대로 된 사과나 반성을 섬나라 일본으로부터 받지 못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런 굴종을 내 안의 적을 섬멸하지 못한 탓이라고 해야 하는가. 아니면 “한 쪽이 더 얻으면 다른 쪽이 그만큼 더 잃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며 함께 노력해 함께 더 많이 얻는 윈-윈 관계”의 길을 택할 만큼 까닭 없이 너그러워져야 하는가.

일본의 공영방송 NHK와 교도통신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 `독도 문제 언급'등의 보도에 대해 압수수색 영장이라도 발부해야 하는 건 아닌지, 침묵하는 우리 쪽을 의심해야 하는지 헛갈리는 현실은 아찔하다.

물가 위기는 폭탄처럼 터지고, 중국과 미국의 패권 다툼에 풍전등화의 위험에 빠진 한반도의 시름을 일본에 대한 분노로 견디라는, 차라리 이 딱한 처지가 `반어법'의 꿈이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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