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장은 재래시장을 가자!
추석장은 재래시장을 가자!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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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칼럼
김 남 균 <민주노총충북본부 前 사무처장>

아주 불편한 진실, 아니 외면하고픈 사실이다. 78만원 받고 일하던 이랜드 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이 3개월 넘게 더 안 받아도 좋으니 이대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그 사실 말이다.

바퀴달린 바구니에 물건을 가득싣고 다가가면 그녀들은 다정하게 우리들을 맞아준다.

"고객님 어서오십시오", "오만 이천 삼백원 나왔습니다. 적립카드 있으십니까!", "비밀번호 눌러주시겠습니까.", "고객님 봉투 필요하십니까", "고객님 안녕히 가십시오. 고맙습니다."

그녀들의 미소 뒤에 감춰진 그녀들의 불편은 무엇일까!

나사로 고정된 것처럼, 하루 여덟시간을 제자리에 있어야 하는 그 불편함. 화장실조차 갈 수 없어 90%의 여성 캐셔노동자들이 방광염에 걸렸던 그 불편함.

5만원, 10만원 바퀴달린 바구니에 가득실린 물건을 바코드에 찍으면서도 정작 그들은 78만원의 임금으로는 자신의 바구니에 아무것도 담지 못했던 그 불편한 진실을 말이다. 언제나 똑같은 그녀들의 고운 미소와 밝은 목소리는 의외로 간단하다. 도, 레, 미, 파, 솔, 솔음의 톤으로, 소리나지 않게 "리" 하면 그녀들의 밝고 고운 목소리와 미소가 재생된다.

퉁퉁 부은 다리로, 방광염의 고통으로 막상 제 남편과 아이에겐 한번도 들려주지 못했던 그 밝고 고운 그 목소리! 지금같은 상태가 조금만 더 오래가면 그녀들의 목소리를 더 이상 들을 수가 없다.

그녀들을 절망하게 만들고, 우리와 이별하게 만든건 누구일까.

성경에 노동조합이라는 문구를 넣지 않은 원죄를 가지신 하나님일까! 하나도 보호해주지 못할 것을 알면서도 '비정규보호법'이라고 이름 붙여 법률을 만든 노무현 대통령과 이상수 노동부장관, 금배지 국회의원들일까!

외주화, 아웃소싱 영어로 멋드리지게 경영의 선진기법으로 표현되는 그 고상한 말속에 진실은 있다. 2년이 지나면, 정규직화 해야된다고 정규직과 비정규직과의 임금 차별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는 비정규법이지만, 이 고상한 외주화, 아웃소싱 한마디면 모든게 해결된다. 하나님의 말씀 중에 노동조합이란 단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대화를 거부하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누구말이 진실인가! 78만원 받던 임금이라도 좋으니 계속 일하게 해달라는 그녀들의 목소리와 90만원 하는 정규직으로 전환하면 기업이 존속할 수 없을 정도의 위기에 빠진다는 기업가의 목소리 중에서 어느것이 진실인가!

비정규보호법이라고 우겨대는 대통령의 말과 그 법 때문에 일자리에서 쫓겨나서 울부짖고 있는 이랜드 홈에버 여성노동자들의 울음소리에서 어느것이 진실이란 말인가.

이제 이야기를 마치려 한다. 그녀들의 울음소리 대신에 예전의 밝고 고운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다면, 그러면 방법이 있다. 이번 추석 장볼 때, 바퀴달린 바구니대신 시장가방들고 재래시장으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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