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이불 속
수상한 이불 속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9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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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목련
김 혜 식 수필가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라는 소설은 단 나흘 만의 사랑이야기다. 하지만 그 나흘간의 사랑이야기가 결코 추하지 않게 들렸다. 그 사랑은 분명 불륜이었다. 그럼에도 많은 중년 남녀들의 눈가를 젖게 한 힘은 무엇일까

이 책엔 이런 내용이 뒷장에 적혀있다. '도덕의 잣대로 재기엔 너무나 아름다운 나흘간의 사랑 이야기. 책장을 넘기는 게 오히려 아쉽고 읽고 나서는 들녘에 울려 퍼지는 범종 소리처럼 여운이 길어 내사랑, 내인생을 뭔가 달리 바꿔보고 싶어지는 그런 소설 하나.'

그것이 이 소설이 지닌 마력이었다. 불륜이면서도 왠지 애틋하고 진솔하여 많은 중년 남녀들로 하여금 그 대상체험(代償體驗)에서 오는 슬픔에 눈물을 훔치게 했던 것이다.

요즘 그 '메디슨 카운티의 추억'의 사랑 이야기완 전혀 별개의 러브 스토리가 묘한 여운을 안겨줘 세인들의 입맛을 씁쓸하게 하고 있다. 어느 사건보도가 국민들 간에 '신드롬 증세'까지 불러일으키고 있어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매스컴의 내용을 빌리자면 이러하다. 최고 권력자 측근의 변모씨와 가짜 박사학위 소지자 신모 여인. 그들의 빗나간 애정행각과 권력 추구가 불명예스럽게도 해외토픽감이라고 한다.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이에 낯이 뜨거울 뿐이다.

이 사건을 지켜보며 단순한 남녀의 베갯머리 송사에서 이루어진 것들일까 고개가 갸웃해진다. 진짜 소설 같은 이 이야긴 권력, 욕망, 위선이 어우러진 사건인 듯하다. 그 이불 속에서 이루어진 권력은 썩어 문드러져 부패할 대로 부패하지 않았는가. 종교계, 문화계, 정치계를 메주 밟듯 한 그녀의 마당발에선 왠지 구린내마저 진동하다.

속속 드러나는 그들의 사건 전모를 대하면서 온갖 억측이 무성함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무엇보다 자격 미달인 사람을 대학교수 자리에 떡 앉혀놓고 그것을 권력이란 이름으로 비호를 하지 않았는가.

그녀는 한낱 일개 미술관 큐레이터에서 승승장구, 그 실세를 탐하느라 바빴다. 참으로 아름답지 못한 곡예를 한 것이다. 어려워진 경제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 즈음, 변모씨와 신모 여인은 초호화판 생활을 하며 지내기까지 했다. 권력이 그들에게 안겨 준 매력이었다.

정말 이런 내용이 사실이라면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다. 여자 나이 서른다섯이면 아직도 많은 희망을 꿈꿀 수 있는 새파란 나이 아닌가. 오십이 훨씬 넘은 중년의 남자를 등에 업고 자신의 욕망을 위해 아슬아슬 줄타기를 하기엔 왠지 아까운 나이다. 그러다가 끝내는 진실이란 준엄한 심판의 위세에 몰려 허공에서 떨어진 그 여인이 오늘따라 왜 이리 측은할까.

권력이 영원하여 자신의 인생을 늘 빛나게 해줄 줄 그녀는 믿었을까. 상대 남자를 쉽사리 만날 수 있는 거리에 살았다고 하는 데, 그녀는 날마다 그곳서 무엇을 꿈꾸었을까.

여성이라는 성(性)을 만약 권력을 잡는 무기로 남용했다면 같은 여성으로서 이점이 몹시 부끄럽다. 자신이 지닌 능력이 고작 이불 속에서나 그 빛을 발할 수 있는 성(性)뿐이었을까. 한편으론 그녀의 선택이 한심하다.

이젠 간통도 위헌이라는 말이 회자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무리 법이 이불 속까지 들추지는 못한다 해도 이번 이불 속 권력비리엔 왠지 모르게 궁금증이 인다. 그 속에 깔린 밑그림들이 하 수상해 그들의 이불 속을 자꾸 들춰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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