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돈 속의 딜레마
혼돈 속의 딜레마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3.03.16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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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봄이 오는 소리는 언제나 설레임이다. 포근하고 부드러운 바람과 햇살이 반갑고, 솔솔 마음 속 바람도 봄을 따라 춤을 춘다. 그렇지만 마주하는 현실은 매운 겨울의 끝자락처럼 차갑고 무거우며 언제나 치열하다. 여기에 더해 점점 증가하는 복지 현장의 위험 수위는 생명의 위협까지 느끼며 두려움에 떨게 한다.

모 복지기관에서 주관한 네트워크 기관장 회의에 다녀왔다. 청주시민들의 안전과 안녕, 행복을 위해 애쓰는 많은 기관들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좀 더 나은 복지 서비스를 위한 궁리를 하기 위해서였다. 주관 기관장님은 지역 내 위험한 이용자들이 증가하면서 폭력적· 공격적 행동이 증가하고, 흉기를 손에 드는 사례가 발생하여 직원들을 보호하기 위한 방검복(칼날과 같은 날카로운 물질로부터 보호하는 옷)을 구매하였다고 한다. 참으로 씁쓸하고 슬픈 현실이다. 이러한 위험으로부터 복지 현장의 실천가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도 아무런 보호 장치 없이 무방비 상태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의 눈부신 경제 성장은 과도한 경쟁 구도, 극단적·집단적·지역적 이기주의, 공동체의 붕괴, 사회적 양극화 현상의 심화 등 부정적 측면을 동반하여 다양한 사회 문제를 연출하고 있다. 한번 실패하면 다시 일어서기 어려운 사회 구조는 삶의 희망과 동력, 동기를 상실하게 하고 점차 우울한 상태와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게 한다. 정신 장애에 대한 사회적 무지는 그릇된 인권 보호의 길을 걷고 있다.

인권이란`사람이라면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당연히 가지는 기본적 권리'를 말한다. 때문에 인권은 가장 평범하고 가장 보편적 가치이며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는 생존권과 자유권, 사회권 등 다양한 영역의 권리가 포함된다. 나의 인권이 소중한 만큼 상대방의 인권도 소중하기에 반드시 그 인권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고 정의롭게 보장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한번 생각해 보자!

우울감이 높아지고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고 통제하기 힘든 이들을 인권 보호라는 이름으로 모른 채 외면하고 방치하는 것이 인권 보호인가? 아니면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보호를 하는 것이 인권 보호인가? 혼돈 속 빠져드는 딜레마다. 전자의 경우가 바로 우리가 마주한 현실이다. 방검복 착용과 비상벨 소지, 호신용 스프레이까지 책상 밑에 두고 이용자를 맞이하는 복지기관이나 행정기관의 직원들 모습이 현실이란 말이다.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구책으로 CCTV나 비상벨, 방검복을 갖춘 채 위기 상황에서는 무조건 도망가라는 말이 허술한 안전장치의 전부다. 그렇다면 주민들은 어떠한가? 그들은 이조차 준비되어 있지 않다. 자신을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도 모르고 행동의 특성조차 전혀 이해하지 못하며, 오히려 감정을 자극하고 더 폭력적으로 유도해 극단적 위험 상태에 노출되기도 한다.

국가적 차원의 적극적 보호조치로 약물 복용과 치료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면 분명 상태가 호전되어 주민들과 긍정적 관계 맺음을 하며 당당한 지역 사회 주민으로서 평화를 이루고 살아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실을 외면한 채 묵인하고 방관하는 국가는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지 않는 무책임과 무능함으로 매우 소극적인 인권 보호를 행사하는 것이다. 진정한 인권은 서로의 존엄성을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돕고 적절한 도움과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사회시스템과 환경을 만들 때 보장되는 것이다. 필자는 국가에게 외친다. 국민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해 달라고. 우리 모두의 인권은 마땅히 보호 되어야 하기에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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