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팽과 슈만을 통해 만나는 19세기
쇼팽과 슈만을 통해 만나는 19세기
  •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 승인 2023.03.15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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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산책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강석범 청주 복대중 교감

 

내가 중학교에 입학해 가장 많이 듣고 알던 서양 음악가는 베토벤, 모차르트, 쇼팽, 슈만이었고 개인적으로는 음악 교과서에 실린 사진이 멋있어 브람스, 리스트, 바그너 등을 덤으로 알게 되었다. 브람스는 수염이 너무 멋졌고, 바그너는 베레모가, 그리고 리스트는 사진에서 생김새가 참 영리해 보였다.

오늘은 그들 중에서도 쇼팽과 슈만에 대해 시시콜콜 설렘을 이야기해본다. 지난 겨울 평소 알고 지내는 지인의 작은 피아노공연에 갔다가 내 기준에 좀 생경한 광경을 보았다. 연주회에 직접 참가하는 피아니스트가 연주는 물론 진행까지 맡아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서 `저건 좀 어색하다'는 생각을 했다. 오롯이 연주에 집중해야 하는 연주자가 다른 연주자의 연주곡 해설과 진행, 그리고 자신의 연주 차례에 자신의 곡 해설까지 하고 피아노 앞에 앉는다. 물론 그게 나쁘다거나 안 되는 일은 아니다. 다만 연주자는 연주에 조금 더 집중하는 게 어떨까? 라는 내 생각을, 나중에 참가자 중 한 분의 피아니스트에게 말했는데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에 충분히 공감해주셨다. “선생님 혹시 다음 기회에 이런 연주회가 있으면 진행 한번 해주시겠어요?” “네? 제가요? 호호 영광이죠~.” 그로부터 한 달 뒤 전화가 걸려 왔다. “저희 공연 날짜 잡혔어요. 그때 약속 잊지 않으셨죠? 연주회 사회 좀 봐주세요.” 이렇게 된 사연으로 나는 졸지에 콘서트 예비 사회자가 되었다. 나는 며칠 전부터 연주회 리플릿에 나오는 슈만과 쇼팽, 그리고 그들의 연주곡에 대해 열공 중이다.

그 둘은 1810년에 똑같이 태어났다. 쇼팽이 3월생이니까 12월생인 슈만보다 좀 빠르지만 우리나라 학교 입학기준 나이로 보면 같은 해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기준이다.

19세기는 세계사적으로 정말 대단한 변화의 시기다. 유럽에서는 1700년대 후반 프랑스 혁명을 시작으로 그 유명한 나폴레옹이 1800년대 초반까지 정복 전쟁을 일으키던 때다. 또한 산업혁명의 정점에 위치해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이 시기에 예술가들은 주로 무슨 생각을 했을까? 하긴 변혁의 시기나 사회적 소용돌이는 어쩌면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이상을 꿈꾸는 예술 활동의 적기 일수도 있겠다. 미술사에서도 1800년대는 정말 엄청난 인물들이 나타난다. 모네, 고흐, 고갱, 세잔 등 인상주의 작가들이 태어나고 여러 가지 실험적 그림을 통해 고전주의 형식을 완전히 탈피하는 새로운 미술사적 양식을 탄생시켰다. 이들 모두는 주로 1840~1850년 사이에 태어나 19세기 미술 문화를 꽃피웠다.

우리나라는 어땠을까? 고종황제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이 1820년에 태어났으니 우리나라로서도 19세기는 역사적 변혁의 시기에 있을 때 임은 분명하다. 서구 열강들이 문호개방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침략을 일삼던 그 즈음의 시기다.

3월 17일 불타는 금요일 저녁 나는 19세기 예술에 있어 최고의 사상가 슈만과 쇼팽을 만나러 간다. 지역음악가들의 연주를 통해서 만나는 간접 체험이지만 연주가들의 농익은 테크닉 덕에 아마도 나는 1800년대 중반 귀족들이 즐기던 하우스 콘서트 현장과 같은 호사를 누릴 것이다. 그리고 자그만 규모의 공연장에서 연주자들과 관객, 그리고 설렘 가득한 나의 해설을 곁들여가며 따뜻하고 행복한 연주 공간도 꾸며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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