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돌아보는 ‘수신제가’의 의미
오늘 돌아보는 ‘수신제가’의 의미
  •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
  • 승인 2023.03.12 1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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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포럼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
심진규 진천 상신초 교사

여러분은 아끼는 그릇이나 접시가 있으신가요? 있으시다면 어디에 보관하며 언제 사용하시나요? 깊숙한 곳에 보관했다가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을 때 사용하시나요? 저는 아끼는 그릇일수록 내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내 가족이 가장 귀한 존재인데, 귀한 그릇은 어쩌다 한 번 오는 손님을 위해서만 사용한다니, 앞뒤가 안 맞는 말입니다.

너무 오래전에 본 드라마여서 제목도 기억나지 않지만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습니다. 집안에선 아내에게도 손찌검하고 자식들을 함부로 대하던 아버지가 밖에 나가 남들 앞에서는 한없이 굽신거리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어린 나이에도 그 장면을 보면서 나중에 커서 결혼한다면 저런 아버지는 되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드라마에서 아내를 때린 남편은 시간이 조금 지나면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드라마에 나온 인물이지만 그 남편에게 묻고 싶습니다. `사랑하는데 왜 때려요? 사랑하면 더 아끼고 보살펴줘야지요.' 사랑한다면 가족이 지금 몸과 마음이 어떤지 더 애정 어린 시선으로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요?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말이 있습니다. 몸과 마음을 닦아 수양하고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며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한다는 뜻입니다.

`치국평천하'는 너무 먼 이야기라서 수신제가(修身齊家)에 대해 우선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말은 자기 몸을 닦고 가정을 가지런히 한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가지런히 한다는 것은 엄한 규율이 있는 가풍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가정이 평화롭기 위해 가족 사이에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있어야 함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존중과 배려의 밑바탕엔 사랑이 있겠지요. 또한 수신제가에는 치국(治國)과 평천하(平天下)를 위해 가정을 소홀히 하지 말라는 뜻이 숨어있다고 생각합니다. 안으로는 부드럽고, 밖으로는 강해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수신제가의 범위를 조금 확장해보겠습니다. 가정을 한 나라로 볼 때 나라의 지도자는 우선 자기 몸과 마음을 닦아 국민에게 모범을 보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 다음 나라를 가지런히 하기 위해 힘들고 어려움에 부닥친 사람을 살펴봐야 할 것입니다. 우리나라 국민의 아픔과 상처를 먼저 보듬을 줄 알아야 합니다.

1894년 탐관오리의 횡포에 맞서 들불처럼 일어난 농민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농민들을 진압하겠다고 외세를 끌어들여 그들을 무참히 학살했습니다.

지나간 역사를 바꿀 수는 없지만 `만약에'라고 상상해보게 됩니다. 억압에 항거했던 농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탐관오리를 벌했다면 어땠을까요?

외세를 끌어들인 결정으로 인해 우리는 국권 피탈의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당시 위정자들의 행동은 `사랑해서'라며 가족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드라마 속 못난 아비의 행태였습니다.

그런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대한민국의 위정자들께 감히 부탁드립니다.

`수신제가'하는 마음으로 특히 고통과 아픔이 있는 분들을 먼저 살펴주시길 바랍니다. 그런 모습이야말로 진정한 치국과 평천하로 나가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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