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 건 행운뿐 인가
기댈 건 행운뿐 인가
  • 김금란 기자
  • 승인 2023.03.08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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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김금란 부국장
김금란 부국장

 

낙이 없다.

숨만 쉬어도 세금은 빠져나가고 앞이 보이지 않는 삶.

안 쓰고 안 먹고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루를 버틴다. 그러나 자식은 예외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학생들은 학교 문이 닫혀도 학원은 보내야 했다. 그래서일까. 학령인구 감소로 지방이나 대학들은 소멸을 우려하고 있지만 사설 교육 시장은 무풍지대였다.

통계청과 교육부가 지난 7일 발표한`2022년 초중고사교육비조사'결과를 보면 전체 학생의 78.3%가 사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외출이 쉽지 않았지만 지난해 사교육 참여율은 2021년 75.5%보다 2.8%p 증가했다. 지난해 초·중·고교 학생의 사교육비 규모는 26조원으로 통계청이 사교육비 실태 조사를 시작한 200년 이후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전년도 23조4000억원 대비 2조5000억원(10.8%) 늘었다.

사교육 참여학생의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52만4000원으로 나타났다.

급별로 보면 초등학교가 43만7000원, 중학교 57만5000원, 고등학교 69만7000원이었다. 사교육 주당 참여 시간은 2021년 6.7시간에서 7.2시간으로 늘었다.

자녀의 미래를 위한 투자일수도 있지만 우려스런 점은 월평균 소득수준이 높은 가정에서 더 많은 사교육비를 지출한다는 것이다.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64만8000원) 대비 300만원 미만(17만8000원)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의 지출 격차는 약 3.7배다. 사교육 참여율은 월평균 소득 800만원 이상 가구의 경우 88.1%였지만 300만원 미만 가구는 57.2%로 30.9%p 낮았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사라지고 학교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학원에라도 가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지고 성공의 문 앞에 서지도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 교육 현장에 드리운 지 오래다.

국회 교육위원회 안민석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오산)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3년간(2020~22년) 전국 25개 대학 로스쿨 소득구간별 재학생 현황' 분석 자료를 보면 국가장학금을 신청한 로스쿨 학생 중 연소득 1억2000만원 이상인 고소득층(소득 9~10분위)이 3년 연속 40% 이상을 유지했다.

서울대·고려대·연세대 소위 SKY대 고소득층 학생 수는 50% 이상 지속됐다.

그 중 올해 서울대의 고소득층은 65%로 절반 이상이 고소득층인 반면 저소득층(기초~소득 3분위)은 15%로 고소득층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서민들이 자녀를 기를 쓰고 학원에 보내야 하는 이유는 취업시장에서 고학력자 우위 현상이 두드러지고 계층 간 격차가 갈수록 심해지기 때문일 것이다. 명문대 입학이 곧 성공이 아님에도 우리는 대학입시에 목을 맨다.

`빈익빈 부익부'는 심화되고 있다. 노력은 한계가 있고 쥐구멍에 볕들 날을 고대하며 행운에 기댄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를 보면 지난해 연간 복권 판매액은 6조4292억원으로 전년(5조9753억원)보다 7.6% 증가해 사상 처음으로 6조원을 넘었다.

지난해 전국 1인 이상 가구의 월평균 복권 구매 지출은 703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특히 소득 분위 하위 20%에 속한 1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이 전년 대비 27.4% 급증했다. 반면 같은 기간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복권 구매 지출은 7.0% 증가했다. 만 19세 이상 성인 가운데 최근 1년 이내 복권 구매 경험이 있는 사람은 56.5%로 나타났다.

아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원에 가고 어른들은 자녀의 미래를 위해 복권을 산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데 삶이 팍팍하니 요행을 바라는 마음으로 하루를 버티는 심정은 오죽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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