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환영한다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환영한다
  • 박명식 기자
  • 승인 2023.03.07 1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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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박명식 부국장(음성주재)

 

대한민국 땅에서 갈수록 아이 울음소리가 줄어들고 있다.

요즘 언론매체에 쏟아지고 있는 주요 화두 중 정치 관련 뉴스는 온 국민이 지겹다 싶을 만큼 피로감을 느끼게 한다. 그러나 역대 최대의 저출산 관련 소식은 실로 심각성을 절감하게 한다.

저출산 문제는 개인을 떠나 한 국가의 사활이 걸린 중대 사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의 인구는 OECD 국가 중 출산율 꼴찌라는 불명예 속에 급속도로 인구가 줄고 있다.

저출산 대책에 280조원의 예산을 쏟았음에도 지난해 태어난 아이는 24만9000명으로 2021년보다 4.4% 1만1500명이 감소했다.

특히 여자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뜻하는 합계 출산율은 OECD 평균 절반에도 못 미치고 역대 최저인 0.78명이라는 오명을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사망자는 37만2800명으로 2021년 대비 5만5100명이 늘어나면서 출생아 수에서 사망자 수를 뺀 인구 자연감소 수가 12만3800명까지 치달았다.

전문가들은 이대로라면 우리나라 인구 5000만명 붕괴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그리고 시급히 정부에서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지금 아이를 낳는 사람은 아이큐 두자리 수가 안 되는 바보다.” 동물행동학자로 유명한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한 말이다. 지금처럼 어려운 시국에 아이를 낳아서 기른다는 것이 아무리 계산을 해봐도 결코 현명한 일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진화생물학자의 관점에서 현재의 대한민국 저출산 현상을 아주 지극히 당연한 진화적 적응 현상으로 보고 있다. 동물에 비교했을 때 먹을 것이 풍족한 해에는 낳은 새끼들이 대부분 다 자라 어른이 되고 또다시 번식으로 이어질 수 있지만 먹을 것이 풍족치 못한 해에는 번식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최 교수의 논리이기도 하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의 심각한 저출산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경제적 부담을 느끼고 있는 젊은이들이 아이를 낳아서 과연 잘 키워낼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짊어지게 된 시대적 환경으로부터 시작됐다.

최근 동남아시아 개발도상국인 베트남 여행을 갔다가 수천대, 아니 수만대의 오토바이가 8차선 긴 거리를 가득 메운 장관을 보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셀 수도 없이 많은 오토바이 운전자들 모두가 불과 20대 정도 밖에 안돼 보이는 젊은 청춘들이었다는 점이다.

대한민국 어느 도시에서도 볼 수 없고 상상할 수도 없는 젊은 인파들의 향연에 부러움은 잠시, 비록 아직은 개발도상국이라지만 베트남이라는 국가의 밝은 미래가 보였다.

우리 부모세대는 못 먹고 못 살았지만 아이를 최소 두 명에서 세 명 이상을 낳았다. 그 아이들이 자라서 잘 먹고 잘 사는 지금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 온갖 고생을 하면서 백발을 뒤집어 쓴 우리 부모세대들의 노인복지는 당연히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정부는 이 나라의 미래가 지금의 젊은 세대와 이들 젊은이들이 낳아서 키워야 할 아이들에게 달려있다는 점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된다.

필자는 젊은 세대들이 너도 나도 앞다퉈 아이를 두 명, 세 명 낳고 싶어 하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인들 표심에 집착하지 않는 정부라면 백년만년 정권을 유지해도 환영하겠다. 이 나라의 존폐가 달린 출산정책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 부어도 환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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