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스크린골프장
○○대학 스크린골프장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3.0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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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민생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머리 행정!”

대학가 상인들이 단단히 뿔이 났다. 최근 교육부가 대학의 재정난을 지원하기 위해 기발한 `묘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교육부가 대학 캠퍼스에 스크린골프장과 대형 카페, 식당 등을 설치할 수 있도록 규제를 푸는 방안을 발표하자 대학가 상권이 들끓고 있다. 특히 지방대 상권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상인들은 격앙된 목소리로 교육부의 정책을 성토하고 있다.

충남 천안시 동남구의 대학가에서 10년째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김정식씨(45·가명)는 “한마디로 상생 따윈 안중에도 없고 대학의 근본 위기가 뭔지도 모른다. 나 같은 `장사꾼'보다도 머리가 나쁜 공무원들이 있는 것 같다”며 정부의 이번 정책을 `×(鳥)대가리 행정'이라고 격렬하게 성토했다.

김씨 뿐만이 아니다. 전국의 대학가 상권이 들끓는 분위기다.

올해 초 교육부가 대학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캠퍼스내에 스크린 골프장, 대형 카페, 식당 등의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교육부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교육부는 학령 인구 감소와 등록금 동결로 재정난을 겪는 대학을 위해 대학이 다양한 부대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캠퍼스 내에 설치가 제한된 스크린골프장·대형 카페·대형 음식점·공연장 설치를 허용하는 방안을 국토교통부와 협의 중이다.

현행 국토교통부령은 대학 캠퍼스 내에 교육·연구 시설 외에도 대학시설의 공익성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300㎡ 미만 휴게음식점 △500㎡ 미만 영화관 △1000㎡ 미만 판매점 등을 설치할 수 있다.

교육부는 여기에 더해 국토교통부와 협의를 거쳐 더 큰 면적의 대형 공연장이나 식당, 카페, 스크린 골프장의 설치와 운영을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대학들이 보유한 캠퍼스 내 유휴 부지나 건물을 활용해 수익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대학가에서 식당과 당구장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천안의 대학가에서 당구장을 운영하는 김성식씨(48)는 “대학가 상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개점 휴업 상태를 3년이나 버텨왔다”면서 “(정부가) 그런 상인들을 도와주진 않고 되레 망하게 하려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고 비난했다.

온라인상에서도 이번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거세다.

인터넷 포털에 올려진 뉴스에 부정적인 댓글이 순식간에 수 백건이 올라왔다.

내용을 보면 대부분 교육부의 정책을 비판하는 글이 대부분이다,

무엇보다 학문과 지성의 산실인 상아탑의 본질을 훼손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학교는 학생들이 공부하러 가는 곳이다. 학교에 스크린골프장이 웬말이냐'(kmse×××)

`학교 재단이 돈을 벌면 그 수익금이 학생들에게 돌아가지 않고 재단 배만 불려주는 거 아닌가'(hajs×××)

`이왕이면 카지노까지 대학에 허용해라.'(bob××××)

`기존에 (대학촌에서) 장사하던 사람들 다 망하란 얘기냐'(medi××××)

교육부의 캠퍼스내 상업시설 확대 허용 방침이 전해지자 한 여론조사 기관이 설문조사를 했다.

`교내에 스크린골프장, 주점 등 설치 허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는데

438명의 응답자 중 절반이 넘는 55.4%가 반대 입장을 밝혔다. 모르겠다는 중립적 응답은 15.4%, 찬성한다는 응답은 29.2%에 그쳤다.

대학의 재정 자립을 돕겠다는 `순수한' 발상에서 나온 교육부의 규제 혁신안. 첫 발짝을 떼기도 전에 스텝이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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