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추석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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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이른 아침 회사에 출근하는 숙희는 몸이 으슬으슬한 게 감기기운이 있나 봅니다.

1주일 후면 추석이기 때문에 숙희와 대부분 시골이 고향인 공장 사람들은 좀 더 많은 수당과 월급을 받아 가려고 안간힘을 썼기 때문인 듯합니다.

숙희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서울 가방공장에 온 지 3년이 조금 넘었죠. 숙희의 월급은 거의 중학교에 다니는 남동생 수업료와 집 생활비로 쓰여졌습니다. 그래도 숙희 아버지는 숙희의 월급을 모아 송아지를 한 마리 샀는데, 그 소가 벌써 2번의 새끼를 낳았고 이젠 3마리로 늘어났지요.

며칠 후면 기다리고 기다리던 추석입니다.

숙희는 식구들 볼 생각에 며칠 밤을 설칩니다.

버스를 몇 번 갈아타고 내려서도 족히 한 시간을 걸어서 도착해야 하는 고향집. 동생들은 숙희가 가져간 선물에 신이 나겠지요. 지난해 추석때 어머니는 야윈 숙희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숙희야 고생 많쟤. 으이구 못난 애미 애비 만나서. 어디 아픈 겨"라고 말끝을 흐리며 말씀하셨습니다.

도착할 고향집 생각에 숙희는 그저 아무 말 없이 희미하게 미소 질 뿐입니다.

3일의 추석을 보내기 위해 찾아올 숙희를 기다리는 가족의 마음은 휘영청 보름달 만큼 행복합니다.

"숙희야, 객지에서 아프면 애 끓이니. 꼭 끼니 거르지 말구. 니 먹고 싶은 것 있으면 집 생각하지 말구 사 먹거래이. 알았지 숙희야." 어머니의 걱정스런 말씀조차 그리운 가을밤입니다.

산모퉁이를 돌고 돌아 흙먼지를 풀풀 내며 도착할 버스를 기다릴 아버지의 시커먼 얼굴도 떠오릅니다.

공장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차창 너머로 식구들의 모습이 하나 둘 스쳐갑니다. 공장에서 말자가 준 사과 한 알을 꺼내 문 숙희는 눈물을 감추기 위해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숙희는 객지에서의 힘겨움과 고향집 어머니의 그리움 때문인지 싸아하니 코끝이 시려옵니다.

그러자 입 안에 든 사과를 더 이상 오물거리지 못하고 애써 꿀꺽 삼킵니다.

가을볕에 숙희의 물기 고인 두 눈이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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