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을 버틴 문화유산도 한 순간 사라질 수 있다
수천 년을 버틴 문화유산도 한 순간 사라질 수 있다
  •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 승인 2023.03.05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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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문화유산의 이야기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윤나영 충북문화재연구원 문화재활용실장

 

지난 2월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를 강타한 지진은 수만의 사상자를 내고 수백만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다. 이후에도 계속되는 여진으로 피해는 지금도 늘어가고 있다. 재난이란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시기에 발생하는 것이며, 정부의 역할은 그 예상치 못한 재난에 대비하여 철저한 예방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그런 부분에서 튀르키예 정부의 조치는 매우 안일했고, 그 결과 수만의 국민이 생명을 잃고, 자신의 삶의 터전이 눈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것은 국민들뿐만이 아니다. 이번 피해지역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관문으로 수많은 세계적인 문화유산들이 분포하고 있는데, 이 역시 지진으로 큰 타격을 받았다. 로마시대 때 축성되어 2200여년을 굳건히 견뎌온 가지안테프 성은 성벽이 종잇장처럼 무너져 내렸으며, 시리아의 세계유산 알레포 고대도시도 크게 훼손되었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진의 여파로 튀르키예 남동부, 시리아 북부 지역의 문화유산들이 작게는 20~30%, 크게는 60~70% 가량 손실을 입었으며, 특히 튀르키예는 세계유산 4곳이 훼손되었고, 14개의 박물관이 휴관에 들어갔다.

이 부분은 비단 튀르키예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도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주장은 2016년 경주 지진 이후 계속 언급되었고 이번 튀르키에 지진으로 다시금 강조되고 있다. 특히 작년 10월 괴산에서 진도 4.1의 지진이 발생해 우리들에게도 지진이 이제 남 일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우리 역사기록 중에도 지진에 대한 기록은 상당히 많다.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우리 역사 2000년 동안 문헌에 기록된 지진은 무려 1,733건에 달한다. 이조차 삼국시대부터 고려시대까지 기록이 충분치 않음을 고려한다면, 훨씬 더 많은 지진이 있었을 것이다. 조선시대에는 `기록의 국가'답게 총 1,490여건의 지진이 기록되어 있다. 따져보면 조선왕조 500여년동안 연 평균 3건 정도의 지진이 발생한 셈이며, 그 중에서 진도 6 이상의 강진도 100건에 달한다. 또 `조선왕조실록'에 지진이 일어났을 당시 모습이 자세히 묘사하기도 하였다. 1518년(중종 13년) 5월 15일 저녁 무렵, 땅이 크게 3차례 흔들렸는데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레 소리같이 커서 사람과 말이 모두 놀라고, 담장과 가옥이 무너지고 성첩이 떨어져 내렸다. 궁궐에서도 건물이 흔들리면서 왕이 앉은 용상이 마치 사람의 손으로 밀고 당기는 것처럼 흔들렸고, 이런 상황이 3차례나 반복되고 나서야 진정되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처럼 지진은 우리 역사 속에서 드물지 않은 재난으로 존재하였다.

이에 정부에서도 대규모 지진 피해를 방지하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시행하고 있다. 문화재청 역시 2016년 경주지진 이후 문화유산에 미치는 지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연구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충분한 대비책이 세워졌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부족하다. 특히 충북지역은 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지진의 위험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기에, 오히려 더 철저하고 꼼꼼한 대응방안이 마련되어 있어야 한다.

문화유산은 한번 훼손되어 사라지면 결코 다시는 그 원래의 것을 되찾을 수 없다. 사전에 대비하고 준비하지 않는다면 단 한 번의 재해가 수천 년을 버텨온 우리 소중한 문화유산을 순식간에 앗아갈 수도 있다. 그런 비극을 막기 위해서 지금이라도 보다 세심한 관찰과 대응책이 있어야 하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조직과 정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잃고 나서 후회하는 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2016년 경주박물관이 철저한 사전 대응으로 7천여 점의 유물들을 지켜낸 것처럼 이제 우리 충북도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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