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자의 목소리…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긴다.
낮은 자의 목소리…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긴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8 2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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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
이 인 수 목사 <온누리수련원장>

사람의 삶이란 만남과 만남의 연속이다. 그 과정에서 사랑과 분노의 마음이 일어난다. 분노는 밀쳐내고 해치는 에너지며, 사랑은 보듬고 치유하는 에너지다. 성경 에베소서 4장 31절에는"너희 모든 악독과 노함과 분냄과 떠드는 것과 훼방하는 것을 모든 악의와 함께 버리라"고 했다. 악연은 악연을 낳고, 그 악연이 악연을 만든다. 분을 앞세우지 말고 사랑과 용서만이 악연의 끈을 끊을 수 있다.

속담에 '원수는 물에 새기고 은혜는 돌에 새기라'는 말이 있다. 스페인의 어느 시골에 파스쿠알이란 젊은이가 살고 있었다.

어느 날 엽총을 들고 사냥을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어느 집 개가 자기를 주시하면서 짖고 있었다.

기분 나빴던 파스쿠알은 엽총으로 그 개를 쏘아 죽였다. 얼마 후 파스쿠알은 아내, 여동생과 함께 시장에 갔다. 시장터에서 건달들이 아내와 여동생을 희롱하자 격분해 그들과의 싸움한 것이 잘못돼 사람을 죽여 살인범으로 10년 감옥생활을 했다. 증오심과 복수심을 품은 채 10년형을 마친 그는 출옥 후 집에 가보니 아내는 건달과 가출한 지 오래 됐고, 연로한 어머니만이 텅 빈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를 본 파스쿠알은 울분을 참지 못해 술을 마시고 미친 듯이 날뛰다 노모를 목졸라 죽이고 말았다. 그는 또 다시 감옥에 가야했던 이 이야기는 1989년도 노벨문학상을 받은 스페인 까밀로호세셀라의 대표소설인 '파스쿠알 두아르데의 가족'에나오는 줄거리다. 작품 속 파스쿠알처럼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남에게 상처를 주고 가슴에 못 박는 일을 하진 않았는지 생각하게 한다.

분노는 마음, 몸체에 이상을 일으킨다. 오스트리아 빈 대학의 한 심리학 교실에서 실험한 내용이다. 10마리의 쥐를 새장과 같은 상자에 5마리씩 나눠 사육했다. 20일이 지난 후 실험 결과는 경쾌한 음악을 듣고 산쥐는 살이 찌면서 잘 자랐고, 충격 속에 놀라며 자란 쥐들은 장 위벽이 헐어 있었다고 한다. 화를 자주 내는 사람일수록 병이 생기고 분노는 대인 관계를 험악하게 만든다.

성경 잠언 15장 18절에 보면 "분을 쉽게 내는 자는 다툼을 일으켜도 노하기를 더디하는 자는 시비를 그치게 하느니라"고 했다.

성경말씀에 분을 내어도 죄를 짓지 말며 해가지도록 분을 품지 말고 마귀로 틈을 타지 못하게 하라.(에베소서 4장 26-27절)라고 했다. 인도의 간디는 "화를 품고는 선한 일을 할 수 없다"고 명언을 남겼다. 1992년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는 원수처럼 지내던 백인 대통령인 드클러크와 27년 동안 감옥살이하던 만델라가 화해한 해였다. 드클러크는 300년 남짓 남아프리카를 장악해 온 백인 세력의 대표자였다.

만델라는 그 세력 밑에서 27년 동안 감옥살이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화해를 하고 차기 대통령선거에서 만델라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당선 후 드클러크에게 부통령이 될 것을 제의했고, 이를 수락한 드클러크는 흑백화합을 이루며 오늘날 남아프리카 공화국을 재건해 가고 있다. 노벨상 위원회에서는 드클러크와 만델라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여했다. 포용할 줄 알고 같이 손잡을 줄 아는 화합의 정신이 우리 정치인들에게도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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