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하다
심리적 안정감도 중요하다
  • 이형모 기자
  • 승인 2023.03.0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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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이형모 선임기자
이형모 선임기자

 

동물학 교수 윌리엄 M 무어는 닭의 품종을 계량해 더 많은 달걀을 얻고자 알을 가장 많이 낳는 암탉만 선별해 하나의 번식장에 모았다.

그런데 뜻밖의 결과가 나왔다. 더 많은 알을 낳기는커녕 엄청나게 공격적인 새 품종이 생겨났다.

당연히 달걀 생산량은 곤두박질했다. 그 후 여러 닭장에서 생산되는 달걀의 수를 비교해 생산성이 가장 좋은 닭장의 모든 닭을 번식장으로 보냈다.

이번에는 모든 암탉이 건강하게 살아남았고, 달걀 생산량도 160%가량 늘었다. 이 두 실험은 달걀을 낳는 단순한 행위조차 환경에 따라 그 결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알을 많이 낳는다는 양적 수치만으로 개체를 선별해 모아놓았을 때는 다른 암탉을 쪼고 죽이는 공격적 개체가 알을 제일 많이 나을 확률이 높았기 때문에 서로가 서로를 공격하느라 기대한 만큼의 알을 낳지 못했다.

그에 비해 생산성 좋은 닭장 전체를 모아놓았을 때에는 모든 암탉이 깃털이 뜯기는 일 없이 건강하게 살아남아 더 많은 달걀을 생산할 수 있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 성공법칙'이란 책은 닭장처럼 무분별하게 생산성만 추구했을 때 일터와 일상에서 생기는 문제의 답을 소크라테스가 행했던 대화법에서 찾았다.

이 책은 `심리적 안정감' 즉 어떤 생각, 의견 등을 말했을 때 처벌받거나 굴욕을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조직의 성과를 높이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각종 사례를 통해 제시한다. 저자는 개인의 불안과 분노를 없애고 최고 성과를 내는 방법으로 `생각, 대화, 창조' 과정을 꼽았다.

이범석 시장이 취임 1년을 앞두고 성과 창출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회의때마다 여태껏 내놓은 정책의 열매 맺기를 요구하고 정책 집행 속도를 독려하고 있다.

정책의 방향성은 잡았다고 판다하고서 구제척 성과로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으로 보인다.

손에 잡히는 성취에 방점을 찍으며 공무원들을 채근하는 분위기다. 공직내부의 분위기도 사뭇 달라진 것은 당연한 일이다. 깜짝 인사는 공무원들에게 긴장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결과물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을 독려하고 업무 성과에 따라 차등 보상하는 것은 기업을 넘어 모든 기관이 마찬가지다.

치열한 경쟁 시대에 조직을 효율화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성과제 도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그러나 온정주의, 연고주의가 뿌리 깊은 우리 사회에서 평가 문화가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공무원들이 우려하는 것은 공정한 평가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성과를 강조하며 하는 인사의 부작용이다.

어떤 기준이 인사에 반영됐는지 공감할 수 없다는 게 공무원들의 주장이다. 그렇게 되면 조직 효율을 위해 도입된 성과 중심 인사가 오히려 더 큰 비효율을 초래하게 될 수 있다.

성과 중심의 인사를 위해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전제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열심히 일하는 직원이 정당한 평가로 우대받는 데는 누구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공무원들이 심리적 안정을 찾지 못한다는 데 있다.

소크라테스 성공법칙 저자는 “비인간화돼 가는 일터와 일상에서 `심리적 안정감'은 최고의 성과를 올리고, 무엇이든 성공으로 이끄는 힘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구글은 가장 완벽한 팀을 만드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 2012년부터 4년간 아리스토텔레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 결과 최고 성과를 내는 팀의 비결이 개인의 전문성이 아니라는 팀원들 전체가 가진 심리적 안정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청주시는 공무원들이 왜 불안해 하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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