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그플레이션, 소주플레이션
피그플레이션, 소주플레이션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2.27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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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중국에서 돼지고기는 절대적 주식(主食)이다.

요리에 돼지고기가 없으면 하루라도 살 수가 없을 정도로 중국인의 돼지고기 사랑은 남다르다.

그래서 중국은 정부가 돼지고깃 값을 긴장하며 통제한다.

그런 중국이 지난해 홍역을 치렀다. 중국 농업농촌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전국 도매시장 돼지고기 평균 가격은 ㎏당 34.97위안(약 6899원)으로 8월 중순 28.73위안에 비해 두달 새 20% 이상 상승했다. 전년과 비교하면 더 심각하다. 2021년 10월 돼지고기 가격은 ㎏당 24위안으로 1년 전에 비해 40%나 폭등했다.

중국에서 돼지고깃값의 인상은 `절대악'이라 할 정도로 있어서는 안될 일로 치부된다. 그만큼 중국인들이 선호하는 최애(最愛) 식품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국에서는 다른 것은 다 올라도 참지만 돼지고깃값이 오르면 `폭동이 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실제 중국인의 돼지고기 소비량은 세계 최대치를 자랑하고 있다. 연간 1인당 소비량은 40.1㎏이다. 이는 전세계 인구 1인당 소비량의 2.5배가 넘는 수준이다. 세계 돼지 사육량의 40%, 소비의 50%가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시진핑 정부는 지난해 돼지고기 가격을 방어하느라 안간힘을 썼다. 우리나라와 달리 초대형 돼지고기 비축창고까지 운영하는 중국 정부는 전략 비축량을 수차례에 걸쳐 수십만톤을 방출해서야 간신히 가격 상승을 막았다. 올해 2월 초 현재 돼지고기 가격은 ㎏당 24위안으로 예년보다 높지만 비교적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돼지고깃값 인상이 인플레이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뜻의 `피그플레이션'(Pigflation)이란 합성어까지 만든 나라가 바로 중국이다.

중국 소비자에게 돼지고기가 `예민'하다면 요즘 한국에는 소주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소주 출고가 인상이 예상되면서 시중 음식점의 소줏값이 현재의 4000~5000원에서 6000원까지 오른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주당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선 때문이다.

한국인의 최애 기호 식품인 소주의 가격 인상 조짐이 일자 정부가 `벌떡' 일어났다.

업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은 지난 25일 주류업계 소줏값 인상 움직임과 관련해 실태 조사에 착수했다. 두 부처는 원재료 가격과 에너지 등 가격 상승 요인이 정말 있는지를 따져보고 나아가 주류업계의 수익성 분석과 독과점 구조 등을 점검해 보겠다고 사실상의 엄포를 놓았다.

독과점 구조를 살펴본다는 의미는 `불공정거래'를 사전에 차단한다는 뜻. 이런 가운데 27일 소주업계 1위 업체인 하이트진로가 당분간 가격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가 먹힌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가격 인상 요인이 당분간 존재하지만 소비자와 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당분간 소주 출고가를 인상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번 소주업계의 인상 철회 방침은 내년 총선을 의식한 여당의 `걱정'이 한몫했다는 후문이다. 소줏값 인상이 청장년층의 표심 이탈로 이어질 것을 걱정했기 때문이다.

주당들은 하이트진로의 인상 철회 방침을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마뜩잖다. `당분간'이라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고물가, 고금리로 팍팍해진 청년들의 삶. 언제 튀어 오를 지 모르는 소주·맥줏값에 울고 웃는 처지가 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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