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핀 동백꽃
반쯤 핀 동백꽃
  •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 승인 2023.02.27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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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봉 교수의 한시이야기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김태봉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개화 시기가 4개월에 걸쳐 있는 꽃은 동백꽃 말고는 찾기 어려울 것이다. 12월부터 3월까지 피는 꽃이니 말이다. 동백꽃은 겨울 초입부터 시작해서 초봄에 이르기까지 이곳저곳에서 피어 난다. 그래서 호사가들은 꽃이 드문 겨울에 거의 유일한 꽃인 동백을 찾아 개화 시기에 맞추어 이곳저곳을 순례하기도 한다.

조선(朝鮮)의 시인 성삼문(成三問)은 대단한 동백꽃 애호가답게 이에 대한 애틋한 정을 한 편의 시에 담아 놓았다.







반쯤 핀 동백꽃(半開山茶)



我愛歲寒姿(아애세한자) 나는 추워진 한겨울의 자태를 아끼는데



半開是好時 (반개시호시) 반쯤 필 때가 바로 좋은 때네



未開如有畏(미개여유외) 피지 않았을 땐 피지 않을까 두렵고



已開還欲萎(이개환욕위) 이미 피었으면 다시 시들려고 하네







시인이 제목에서 언급한 산다(山茶)는 동백의 다른 이름이다. 시인은 한겨울에 자태를 뽐내는 동백꽃을 무척이나 아낀다고 고백한다. 그 이유는 직접 밝히지 않았지만, 아마도 다른 꽃 같으면 아예 엄두도 못 낼 세한개화(歲寒開花)를 해내기 때문일 것이다. 보통 꽃은 맨먼저 꽃망울이 맺히는 것을 시작으로 반쯤 핀 단계를 지나 활짝 핀 만개의 상태가 되었다가 시들기 시작하여 결국은 지고 만다. 사람들은 활짝 핀 것을 좋아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시인은 반쯤 피었을 때가 가장 보기 좋은 때라고 설파하며, 나름의 이유를 대고 있다. 아직 안 피었을 때는 혹시 피지 않나 해서 두려운 생각이 들기 때문에 좋지 않다. 그리고 꽃이 이미 다 피었을 때는 다시 시들려고 하기 때문에 싫다. 그러니 반쯤 피었을 때가 안 필 걱정도 없고 질 염려도 없고 해서 가장 좋다는 것이다.

동백을 산다라고 부르는 것은 그 잎이 찻잎과 닮았기 때문이다. 한겨울에도 시들지 않고 푸른 빛을 지키는 동백은 꽃도 한겨울에 피운다. 겨울에 위축되기는커녕 도리어 절정의 기세를 뽐낸다. 그래서 사람들은 동백꽃을 보며 겨울을 살아내는 큰 힘을 얻곤 한다.

여기저기 개화 시기가 같지 않은 동백들이 분포되어 있으니 그 개화 시기에 맞추어 동백꽃 순례를 해보는 것이야말로 겨울에 경험할 수 있는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서원대 중국어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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