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점대 출산율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0점대 출산율 언제까지 두고 볼 건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2.26 18: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한국 출산율이 또 세계 최저 기록을 갱신했다.

통계청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합계출산율이 0.78명으로 1년 전보다 0.03명 줄었다. 합계출산율은 가임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다. 현행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한다. 한국은 3년 전부터 실질 인구가 감소하는 거의 유일한 국가이지만 매년 기록을 갈아치워가며 7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중 출산율 꼴찌를 달린다. 인구 전문가들은 정상적인 사회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충격적 수치라고 말한다.

장기적 인구 감소는 국가 존립을 뒤흔들 치명적 문제들을 동반한다. 특히 한국의 낮은 출산율은 인구 고령화 및 지방 고사화와 맞물려 더욱 심각한 후유증을 낳는다.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과 내수시장 축소는 경제를 추동할 동력을 떨어뜨려 경제기반을 무너뜨린다. 이미 15~ 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17년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2044년에는 사실상의 정체 수준인 0.62%로 떨어질 것으로 보고있다. OECD 최저 수준이다.

국방에도 구멍이 생긴다. 군 병력은 올해 49만에서 2045년 32만6000명까지로 줄어든다. 병력자원을 확보하지 못해 이미 군부대 통폐합이 진행 중이다. 고령화가 본격화 하며 조만간 한국의 노인부양비는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한다. 하지만 재정을 받쳐줄 젊은 인구가 급갑해 노후복지는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다. 현재 인구추세를 반영할 경우 국민연금은 2057년 고갈된다.

정부는 2006년부터 2021년까지 저출산 극복 예산으로 280조원을 투입했지만 성적표는 참담하다. 혁명 수준의 비상한 대책을 세워도 모자랄 판에 땜방식 단기처방들에 급급한 탓이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35.9%), 비정규직은 절반 이상(54.3%)이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활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육아휴직도 응답자의 43.1%가 쓰기 어렵다고 했다. 17년간 엄청난 돈을 쏟아부우며 노력을 기울였지만 출산·육아 휴직도 고착시키지 못한 처참한 결과에 그친 것이다.

잔짜 심각한 문제는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에 대한 성찰도 각성의 의지도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부는 “코로나 여파로 혼인이 감소한 탓에 출산율이 2024년 0.70까지 떨어지겠지만 2025년부터는 반등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코로나로 책임을 돌린 한가로운 전망도 한심하지만 출산율 하락세가 반등할 때를 기다려보자는 무기력한 태도는 할말을 잃게 한다. 불과 8년전인 2015년만 해도 인구 전문가들조차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1.0 밑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제로로 보지 않았던가? 정부와 달리 전문가들은 출산율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한다. 반등은커녕 2025년 출산율이 0.61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안일한 전망에 빠졌다가 혹독한 대가를 치른 일본을 답습하는 모양새다. 일본은 1990년 생산가능인구가 정점을 찍고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런데도 출산율 저하에 선제적으로 대처하지 못했다. 심지어는 젊은 인구가 줄면 일자리 구하기가 쉽고 임금도 오를 것이라는 해괴한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생산인구 감소로 경제가 내려앉으며 1990년대 후반부터 15년간 근로자 임금은 15%나 줄어들었다. 일본은 2003년 부랴부랴 저출산사회대책기본법을 만들고 전담 부처를 신설해 출산율과의 전쟁에 들어가 현재 합계출산율 1.3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국가 존망이 달린 저출산 대책을 모든 정책에 우선하는 1순위로 삼아야 한다. 많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일하면서도 어려움 없이 아이를 키울 수 있도록 양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급선무다. 출산·육아휴직의 일상화부터 첫 과제로 삼자. 여성은 물론 남성 근로자들도 불이익 없이 자유롭게 쓸 수있도록 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