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와 생활환경 사이에서
전통문화와 생활환경 사이에서
  •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 승인 2023.02.22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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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즈 포럼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노동영 변호사·법학박사

 

지난 정월 대보름 즈음에 지역 곳곳에서 달집태우기 행사가 있었지만 우리의 전통놀이가 사라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의 생활 속에 자연스레 스며든 놀이가 아니라 어른들이 전통놀이가 없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기념이나 행사로 계승하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한편 우리의 전통놀이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낀 이때에 주택을 신축하였음에도 문화재의 경관을 해한다는 이유로 준공검사는커녕 문화재의 경관을 해한 것을 경관에 맞게 되돌리라는 행정처분으로 주택에 거주할 수 없게 된 사건을 수행하게 되면서 전통문화의 보호에 대해 깊은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헌법 제9조에서는 `국가는 전통문화의 계승·발전과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문화국가의 원리라고 합니다. 이에 근거하여 문화재의 보존을 통해 민족문화를 계승하기 위해 문화재보호법 등이 작동되고 있습니다. 전통놀이 역시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전통문화라는 것, 한편으로는 과거 전통문화의 보호라는 강한 틀에서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지나치게 제약받을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하나, 볏짚 등을 크고 높게 쌓아 올려 불태우는 어른놀이인 달집태우기는 경험이 없지만 쥐불놀이는 필자에게도 매우 친숙한 추억의 소년놀이였습니다. 겨울 추위에 훈훈한 불놀이가 기분 좋았고, 윙윙 돌리는 쾌감에 나쁜 기운은 멀리 쫓아낼 수 있었습니다. 동네 형들과 논두렁도 마음껏 태웠습니다. 그런데 요즈음은 보기 매우 어려워졌습니다. 이제 마음을 먹어야만 할 수 있다는 것은 우리 생활 속에 스며들어 있지 못해 사라질 수 있는 전통의 역사라는 뜻입니다.

전통놀이의 원형을 보존하여 한정적으로나마 계승할 수밖에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전통놀이는 우리의 생활환경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서로 조화로운 관계입니다.

둘, 청주 고은리 고택은 국가민속문화재로 지정되었고, 주변 경관은 고택으로부터 500미터 거리에서 특별히 보호되고 있습니다. 이 고택으로부터 500미터 이내 경사지에 주택이 신축되었는데, 고택으로부터 주택이 보여 문화재와 일체를 이루는 주변 경관을 해한다는 이유로 주택을 완공하였음에도 준공검사를 필할 수 없어 입주하지 못하는 행정사건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고택은 그 자체로 보존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카페와 한옥체험을 통해 영업 목적으로 이용되고 있고, 고택 앞은 4차선의 큰 지방도가 지형지물이 되고 있으며, 주택보다도 가깝게 주유소와 캠핑장이 들어와 있습니다. 무엇이 문화재와 일체를 이루는 경관인지 모르겠습니다. 이미 주택보다도 문화재에 악영향을 끼치는 지방도와 영업 목적의 상가들이 더 고택 가까이에 있습니다. 형평성의 문제도 있지만 문화재 주위 시설물에 대해 구체적 타당성 없이 물리적 거리와 경관 보호라는 명분에만 치우친 행정을 관행으로만 집행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이는 오히려 전통문화 보호를 위한다고 현재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환경, 즉 재산권과 환경권을 지나치게 제한하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취지에서 인천 장릉과 일체를 이루는 검단산의 경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아파트지구에 대해 내려진 문화재청의 공사중지처분이 취소되어 세간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이 사례는 전통문화와 생활환경이 서로 충돌하는 관계에서 이익을 잘 저울질해야 하는 행정재량을 제시해주고 있습니다.

과거의 전통문화와 지금의 생활환경에서 어느 일방적인 것은 없습니다. 쥐불놀이가 그리우면서도, 지금 잘 살아가는 것도 역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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