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술인 논란 이번에는 종식하자
역술인 논란 이번에는 종식하자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2.05 16: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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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역술인 `천공'이 정치무대에 또 등장했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국방비사를 엮은 책을 내며 “천공이 지난해 3월 대통령 관저 후보로 올랐던 한남동 육군참모총장 관저를 다녀갔다는 말을 남영신 전 육군참모총장에게서 들었다”고 밝히면서다.

그는 “다른 군 관계자로부터도 천공의 방문에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고위직이 동행했다는 얘기도 들었다”고 했다.

대통령실은 즉각 가짜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발설한 부씨와 이를 받아 보도한 언론사 기자들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했다. `역술인이 의사 결정에 참여했다'는 식의 터무니없는 가짜 의혹을 제기한 것은 `공무원들과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호재를 잡은 듯 박근혜·최순실에 이은 제2의 국정농단 사태라며 총공세에 들어갔다.

국회 상임위원회 차원의 청문회를 열어 천공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했다.

국민의힘이 청문회를 거부하면 대통령 관저 이전 의혹을 다룰 국정조사도 추진하겠다고 날을 세우고 있다. 대통령실의 언론인 고발이 직권남용에 해당할 수도 있다며 고발도 검토 중이다

`전언의 전언의 전언을 근거로 한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국민의힘의 반박대로 부씨의 주장은 본인도 남 총장도 당시 직접 천공을 만났거나 봤다는 게 아니다. 자신은 남 총장에게 들었고, 남 총장은 공관 관리병에게 들었다는 등 전언의 연속이기는 하다.

더욱이 남 총장은 논란이 불거진 후 언론 취재에서 “소설 쓰지말라. 모르는 일”이라며 부씨와의 대화를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부씨의 주장을 명백한 사실로 인정할만 한 근거가 미흡하다는 얘기다.

이제 국민은 잊을만 하면 도지는 역술인 국정개입 시비에 신물이 날 지경이다.

대통령실이 용산으로 이전한 지 9개월이 지났는데도 관저를 둘러싼 잡음이 사그러들지 않는다. 대통령이 과거 자신을 스승으로 예우했다고 주장하는 천공의 동영상이 유튜브 등에 공개된 후 멘토·실세 설이 난무했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당시 후보였던 대통령과 유승민 후보가 천공의 존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지난해 12월에도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이 “국방부 고위직으로부터 천공이 3월 육군참모총장 공관에 다녀갔다는 말을 들었다”고 주장했다가 고발됐다.

이 문제는 더 이상 고발과 정치공세에 그칠 사안이 아니다. 세계가 인정하는 경제·문화 강국에서 툭하면 역술인 국정개입 의혹이 불거지는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대통령실도 이같은 가짜 의혹을 제기하는 행위를 `국민에 대한 모독'이라고 단정했다. 인식이 이렇다면 국민이 겪을 모욕감 씻어내기에 대통령실이 앞장을 서야한다. 당시 육참총장 공관의 CCTV 영상과 출입자 명단 등을 공개하면 될 일이라는 민주당의 요구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지금 대한민국은 총체적 경제난에 빠져 민생이 벼랑끝에 몰려있다. 무역수지는 최악의 적자를 기록 중이고 내수도 고물가, 고금리로 꽁꽁 얼어붙었다. 서민들은 치솟은 물가와 앞으로 상승세가 더욱 가팔라질 것이라는 물가 전망 앞에서 패닉에 빠져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유치히기 짝이 없는 수준의 당권 싸움에 여념이 없고, 야당은 구속영장 청구가 예상되는 당대표 방탄용으로 볼 수밖에 없는 행안부장관 탄핵과 `도이치특검'에 올인하고 있다. 여기에 조선시대에나 있을 법한 무속 논쟁까지 보태지니 많은 국민이 분노를 넘어 허탈감을 호소하고 있다.

대통령실과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이번에는 이 낯뜨거운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바란다. 부씨와 남 총장, 당시 공관 관리관의 대질을 통해서라도 가짜뉴스를 입증할 합리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얘기다. 그렇지 못하면 이 의혹은 조만간 또 고개를 들고 국민의 울화를 돋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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