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삶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 승인 2023.02.05 1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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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가는대로 붓 가는대로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반지아 수필가·괴산 청안초 행정실장

 

우연히 생긴 공백과도 같은 시간에 가만히 잠식되다 떠오른 질문이었다. 답이 존재할 수 없는 질문이기에 누구를 상대로 던진 것은 아니었지만, 무심코 던진 돌멩이에 개구리가 맞아 죽는다는 말처럼 한 공간에 있던 남편은 나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명쾌했다.

“행복하게 살면 되지” 어떤 반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곧 또 다른 의문이 내 머릿속을 휘저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도 당연하지만 그렇기에 가끔은 질리도록 식상한 답들이 손가락 사이사이 꿰어지다 허무하게 흘러내렸다.

사람마다 행복을 느끼는 기준은 다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가족이,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직장에서의 성과나 승진이 행복을 느끼게 하는 요소일 것이고, 명예나 재산과 같이 사회적 위치를 견고하게 해주는 것들이 행복을 준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나 역시 다르지 않았다. 취업을 했을때는 직업이 곧 행복이었고, 사랑을 할 때는 사랑이, 가정을 이루었을 때는 가족이 내 세상에 중심이자 행복에 근원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에게 주어진 이름들로부터의 행복이 아닌 그저 나라는 사람 자체로서 만들어지는 행복이 소멸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장인이기 전에, 가족의 한 구성원이기 전에 존재했던 나라는 존재가 일상이라는 쳇바퀴 속에 파묻히면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하지만 끔찍하게 벌어진 일이었다.

이 깨달음이 주는 충격을 있는 그대로 흡수할 자신이 없어 도피하고자 몇 개월에 걸쳐 읽고 있는 책을 펼쳤다.

책 제목은 `배움의 발견'. 500페이지가 넘는 엄청난 양을 제외하고라도 읽기에 결코 쉬운 책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중간에 덮어버릴 수 없었던 이유는 정부를 불신하고 공교육을 거부하는 부모 밑에서 십몇 년을 성장해온 주인공이 어떻게 그 틀을 깨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하버드 대학까지 이를 수 있었는지 궁금해서였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때 책에서 주인공은 드디어 끊임없이 자신을 괴롭히던 과거의 자신에게서 벗어나 진정한 배움의 기쁨을 깨달았다. 수동적이고 순종적일 수밖에 없었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주체적인 자신으로 똑바로 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녀의 모습에 빠져드는 동시에 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그녀의 모습을 동경하면서도, 현실에서는 그녀처럼 내가 나로 살기 위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아 마음만 더 심란해질 뿐이었다.

나에게 맡겨진 의무에 최선을 다하며 내가 아끼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채워가는 삶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결혼하고 애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내 이름으로 불려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아~”라고 흔히들 말하는 것처럼 이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닌 나라는 존재가 희미해지고 있는 현실에 너무 무감각해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조금 드는 것이다. 그리고 그 두려움 끝에 언젠가는 맛보았을 내가 내 손으로 만들어낸 행복이 채워지지 않는 갈증으로 끝끝내 나를 메마르게 할 것 같아 서글픈 감정이 고개를 든다.

여기까지 쓰니 너무 이르게 짙은 회의감에 짓눌린 것만 같다. 언제 어디서든 찾아올 기회를, 희망을 미리 다 걷어차 버릴 필요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하며 이미 한 달이 손쓸 새도 없이 지나가 버린 2023년이지만 남은 11개월 중 얼마간은 내가 나로, 당신이 당신으로 살 수 있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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