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어디서 살 것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 양준석 행복디자인사람 대표활동가
  • 승인 2023.02.02 20: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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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양준석 행복디자인사람 대표활동가
양준석 행복디자인사람 대표활동가

 

요즘 나의 일상은 청주시 상당구 가덕면 내암리에서 30분 길을 내려와 미원에서 출발한 버스를 타고 청주대 앞 나의 공간까지 1시간여를 달려온다.

가는 길도 마찬가지다. 평균 30분 배차간격의 미원행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달려 금거리에 내려 밤길을 30여분 걸어 올라간다. 한여름이면 땀이 흥건한 퇴근길이다. 요즘은 추위로 꽁꽁 싸매면서 걸어간다.

출퇴근 시간만 이래저래 3시간 정도 된다. 적지 않은 시간이다. 문제는 이 시간이 나에게 어떤 시간일까. 일 년 반 정도 이렇게 생활했으니 누군가는 지루하다 할만도 할 것이다. 아주 가끔 너무 추워서 힘든 날 며칠을 제외하면 걷는 즐거움과 동네 구경하면서 오가는 버스 시간이 지루하지 않다.

난 왜 시골로 갔을까. 거슬러 올라가면 나에게 큰 영향을 주었던 기억은 20여년 전에 읽었던 니어링 부부가 쓰고 살았던 `조화로운 삶'의 영향이 가장 클 터이고 이후 인도와 동남아시아를 다니면서 소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 속에서 나의 삶의 즐거움을 발견했을 것이다.

처음 이사를 내암리로 결정했을 때 많은 분이 질문했다. “너 말고 아내의 의견도 물었는가?” 당연히 물었고 서로 합의했다. 아내도 나와 같은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다 보니 시골살이를 기대했었다.

처음 내암리는 65년 된 다 쓰러져 가는 집이었다. 열에 열은 모두`허물고 다시 지어라'` 밤 모임이 많은 니가 어떻게 이런대서 살겠는가' 등등 반대의 분위기가 많았지만 내암리의 에너지에 우리는 반했기에 기를 쓰고 집을 수리했다.

집을 수리하기 전만 해도 100여명의 지인이 다녀갔고 집에 입주한 후에도 몇 달 만에 200여명의 지인이 다녀갔다. 많이 궁금한 듯하다. 그리고 한마디 한다. 청주 가까운 곳에 이런 동네가 있고 그 허물어져 가는 집이 이렇게 변신했음에 감동했다.

많은 분은 시골에서의 목가적인 삶을 동경한다. 하지만 행동하지 못한다. 당장 교통이 불편하고 생활 편의시설이 없음에 망설인다. 필자 또한 초기에는 음료수 하나 사 먹기 위해 30여분을 걸어 내려가야 하는 삶이 불편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수했던 삶이라 힘들지 않다.

시골에 있다 보니 장점도 있다. 소비가 줄어든다. 견물생심이라 했다. 꼭 필요한 것 아니면 자제할 수밖에 없다. 마당이 있어 소박한 농사를 지어 생명의 신비를 맛본다. 지난봄에는 고추 농사가 잘되어 방문하는 이들에게 고추를 한 아름씩 가는 길에 안겨 주었다. 시골집에 오는 맛을 선물했다. 동경하는 삶을 주말마다 찾아다니는 삶이 아닌 일상에서 누리는 삶이 시골살이 맛이다.

당장 불편함도 있다. 교통의 불편함으로 어두운 밤길을 걸어가야 한다는 것과 급하게 일을 보기 힘든 경우다. 그런데도 장점이 더 많은 게 시골살이다.

청년들을 중심으로 주거, 직장에 대한 부담이 많은 현실 속에서 거처를 잠시 도심을 떠난 곳에서 살아보면 어떨까. 같은 공간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것과 달리 다른 공간에서 다른 상상력을 키워 보면 어떨까. 시골이라는 개념을 도시와 반대의 개념이 아닌 은퇴 후 물러가야 하는 동경의 공간이 아닌 현재 나의 삶의 다름을 키워가는 또 하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면 어떨까.

당장은 정주 여건이 좋지 않지만 향후 청주의 경우 구 청원군 지역을 새로운 테마형 주거공간, 생활공간으로 만든다면 청주형 주거, 경제, 문화, 창의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수도권 과밀 해소를 위한 정주 여건을 청주가 만들어 가는 모델도 기대할 수 있다.

농촌의 소멸과 고립 문제를 새로운 거주 양식과 유입으로 생기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자신의 그림을 그린다면 그 삶은 더욱 값진 삶으로 다가올 것이다. 올 한해 어디서 살 것인가를 다시 함께 고민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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