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길
행복으로 가는 길
  •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 승인 2023.01.2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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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방석영 무심고전인문학회장

 

인간이 고통스럽고 불행한 삶 속으로 추락하는 메커니즘을 명료하게 밝히고 있는 불교의 가르침이 `貪嗔痴(탐진치) 三毒(삼독)'이다. 그리고 삼독을 벗어나는 가르침으로 `戒定慧(계정혜) 三學(삼학)'이 있다. 貪(탐)은 무엇인가를 탐내는 욕심으로 불행의 씨앗이 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과도한 욕심을 낼수록 성공과는 점점 멀어지면서 실패할 확률이 높아진다. 그리고 추진하는 일이 뜻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짜증과 화를 내게 되는데, 이것이 嗔(진)이다. 짜증이 나고 화가 나면 마음의 평정이 깨지면서 점점 더 어리석어지는데 이것이 痴(치)다. 어리석어질수록 자신의 능력과 처지 등을 망각하고 더 큰 욕심을 내며 더 크게 실패하게 되고, 더 큰 화가 나면서 더 어리석어지고, 더 불행한 삶 속으로 추락하게 되는 것이다.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능엄경은 “섭심위계(攝心爲戒) 인계생정(因戒生定) 인정발혜(因定發慧) 시즉명위삼무루학(是則名爲三無漏學)” 즉, “마음을 잘 다잡는 섭심이 계고, 계로 말미암아 정이 생기며, 정으로 말미암아 혜가 발현된다며, 탐진치를 벗어나는 계정혜 삼학을 제시하고 있다. 삼학의 첫 번째인 戒(계)는 날뛰는 마음을 붙잡아 다스리는 것이 핵심이다. 마음의 작용은 생각하는 것, 말하는 것, 행동하는 것 등 셋으로 나눌 수 있는데, 마음이 말과 행동으로 표출되고 발현되기 위해선 반드시 이렇게 저렇게 말하고 행동해야지 하는 생각이 전제돼야 한다. 마음의 1차 작용이 생각이고, 그 생각이 마음의 2차 작용인 말과 행동으로 발현되는 되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지 않고 과도하게 술을 마시지 않는 등의 말과 행동 관련의 계를 지키는 것도 의미있는 일이지만,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의 온갖 생각 일어남을 알아차림으로써 마음을 챙기는 섭심(攝心)이야말로 계를 가장 잘 지키는 핵심임을 알 수 있다.

유교의 수행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유교의 근본 가르침을 간직하고 있는 사서(四書) 중 하나인 대학은 그침을 안 연후에 비로소 안정됨이 있다는 `지지이후(知止以後) 유정(有定)'이란 가르침을 통해 들뜨고 흐트러진 마음을 가라앉히고 모으며, 습관적이고 불필요한 행동을 끊는 섭심의 계(戒)를 수행의 첫 단계로 강조하고 있다. 중용은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바를 삼가 조심하고 두려워한다'는 `계신호기소부도(戒愼乎其所不睹) 공구호기소불문(恐懼乎其所不聞)을 통해 말과 행동으로 드러나기 전, 말과 행동을 유발하는 생각이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챙기는 수행을 특히 강조한다. 맹자는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날뛰는 마음을 다잡는 구기방심(求其放心)을 역설한다.

삼학의 두 번째인 정(定)은, 비유하자면 출렁이던 호수의 물결이 가라앉아 고요해지듯, 계(戒)를 지킴으로써 들뜨고 흐트러진 마음이 0점 조정되어 고요하고 안정된 상태라고 말할 수 있다. 이를 불교는 무심 무아라고 하고, 기독교는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남이라고 표현한다. 삼학의 세 번째는 고요하고 안정된 상태의 정(定)에서 처한 상황에 딱 들어맞는 혜(慧)를 발현하는 것이다. 출렁이는 호수의 표면과 달리 물결이 가라앉은 고요한 호수의 표면이 주변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비추듯, 과거의 기억이나 습관에 물들지 않은 맑고 밝은 마음에서 바르게 생각하고 바르게 말하고 바르게 행동하는 지혜의 작용이 혜다. 이 글과 인연이 닿는 모든 독자 제현이 2023년 새해는 마음을 0점 조정함으로써, 무아를 깨닫고 탐진치 삼독을 훌쩍 벗어나 중생의 아픔을 함께 아파하는 보살이 되어 자비를 베풀 수 있기를! 매 순간 자신의 주견을 비우고 심령이 가난한 자로 거듭남으로써 이웃을 제 몸처럼 보살피는 큰 사랑을 베풀 수 있기를! 지고지순한 하늘의 뜻을, 죽어서가 아니라 살아생전 이 땅에서 이룰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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