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살리기와 소비자 줄 세우기
전통시장 살리기와 소비자 줄 세우기
  • 엄경철 기자
  • 승인 2023.01.26 1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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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논단
엄경철 선임기자
엄경철 선임기자

 

설 연휴가 시작된 지난 21일 오전 청주의 한 전통시장 좁은 골목길에 줄을 선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40~50m가량의 대기줄에는 50여명의 사람들이 서 있었다.

정부의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 때문에 생긴 줄이었다. 정부는 행사기간 동안 전통시장에서 농축수산물을 구입하면 최대 30%를 온누리상품권으로 환급해줬다.

이날은 지난 13일부터 일주일간 진행한 행사 마지막 날이었다. 설 하루 전이기도 했던 터라 평일 한산했던 시장통은 인파로 북적였다. 장 보려 나온 사람들의 발걸음도 바빠 보였다. 북적이는 시장통 인파 속에서 긴 줄은 오전 내내 줄어들 줄 몰랐다. 온누리상품권 환급 규모가 사람들의 발길을 잡은 것이다.

A씨도 온누리상품권 교환을 위해 1시간 이상 순서를 기다리며 줄을 서 있었다. 앞서 A씨는 전날 오전에 장을 본 후 농축수산물 구입 영수증을 가지고 환급받으려 했었다. 하지만 환급 업무 담당자들이 점심시간(12~13시) 때문에 1시간 이상 줄을 서고도 환급받지 못했다. 온누리상품권 환급은 행사기간 중에만 가능한 터라 A씨는 다시 환급을 받기위해 시장을 찾은 것이다. 이날 줄을 서 있던 사람들 중에는 A씨와 비슷한 경우가 많았다. 일부는 점심시간에 중단된 환급업무에 항의하기도 했다.

고물가로 허리띠를 졸라매는 서민들이 구매상품금액의 30%를 돌려주는 것이니 환영할만한 일이다.

그런데 줄을 선 사람들의 얼굴빛이 밝지만은 않았다. 설 쇠기 위해 장을 보려 온 사람들이 1시간 이상을 한 곳에서 줄을 서는 불편을 겪어야 했고, 그나마 점심시간에 맞물리면 허사였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환급업무가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면서 대기시가이 길어지고, 한꺼번에 몰린 업무량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인력을 배치하지 않은 점 등에 대한 불만이 나왔다.

정부가 전통시장을 살리고 고물가에 시달리는 서민들에 도움을 주고자 하는 취지의 행사에 소요되는 재원은 세금이다. 세금을 국민들에게 돌려주는 것인데 과정이 편치 않았다는 것이다.

특히 IT 강국이라는 나라에서 아직도 줄을 세우고 있으니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모르겠다. 환급받은 온누리상품권은 5년까지 사용이 가능하다. 행사기간 중 전통시장에서 발급한 영수증만 있으면 온라인에서 언제든지 편안한 시간에 환급할 수 있도록 할법도 한데 오프라인으로 환급업무를 진행했다. 행사장을 찾은 사람들은 노년층 뿐 아니라 30~40대도 많았으니 디지털 취약계층 배려 차원이라 할 수도 없다.

2020년 코로나19가 시작된 직후 마스크 대란을 겪었다. 당시 마스크 구입을 위한 줄서기가 진풍경이었다. 마스크 구입 행렬이 꽤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모두들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코로나19 백신접종 신청 과정에서도 한꺼번에 몰려 관련사이트가 마비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펜데믹 상황이라는 점에서 고통을 감내하긴 했지만 온·오프라인에서 줄을 서야 했던 것에 대한 비난이 일기도 했다.

이번 환급행사 줄 세우기가 그 정도는 아니지만 국민이 편하고 안락한 삶을 영위하도록 해야 하는 것이 정부가 할 일인데 불만이 나와 서야 될 일인가. 환급행사 주최측의 고민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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