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
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3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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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천
윤 승 범 <시인>

우리 역사는 관(官)이 민(民)의 위에서 군림했다. 관에서 하는 일을 민이 알아서 안 되고, 민은 관을 믿고 따라야 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70년대 80년대에 큰 사건이 터질 때마다 그 사건을 덮기 위해 때맞춰 출몰했던 간첩단 사건들도 관에서 발표하면 민은 그대로 믿었다. 80년 광주 민주화운동이 간첩의 준동이라고 관에서 말하면 민은 그렇게 알았다. 군에서 죽어간 많은 장병들의 의문사 또한 마찬가지였다. 관은 절대자이며 전능자이니 민은 그렇게 알고 따를 수밖에 없었다.

세월이 흘렀다. 민주 세상이라고 한다. 과연 그럴까 얼마 전 탈레반에 납치되었던 선교단이 풀려났다. 외신보도나 탈레반 측에서는 인질을 풀어 주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순순히 풀려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희한한 어법을 구사했다. "돈을 주었느냐"라는 질문에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라고 답변을 했다. 그렇지 않다고 할 수 있다 과연 그게 말인지 막걸린지, 어법에나 맞는 답변인지 생각하게 된다. 그렇지 않으면 아닌 것이고, 그러면 그런 것이지 그렇지 않다라고 할 수 있다라니 어려운 말이다. 관은 그 말을 과연 민이 믿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그런 면에서 민은 또다시 관을 의심하고 신뢰할 수 없게 됐다.

있었던 사실을 있는 대로 알리고 거기에 대한 신뢰를 묻는 것이 참된 관에서의 할 일이 아닐까 싶다. 이제는 손바닥으로 가린다고 해서 가려질 하늘이 아니다. 한국은 인터넷 강국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또한 인터넷을 누비고 다니는 누리꾼들의 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다. 그런 정보수집 능력이 있는 국민들에게 구시대의 관행처럼 손바닥을 들고서 하늘은 가리려고 한다면 이 정부는 뭘 몰라도 한참 모른다.

억울한 시대를 살았던 어느 시인의 절창이다.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송이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네가 본 건, 먹구름

그걸 하늘로 알고

일생을 살아갔다.

- 중략 -

살아가리라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누가 구름 한 자락 없이 맑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 신동엽 '시인의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

관은 민에게 너무나 오랫동안 먹구름만 보고 그걸 하늘로 알고 살라고 강요해 왔다. 그리고 민은 그렇게 알고 살아왔다. 그렇게 산 세월이 너무 억울하다. 감춘다고 가려질 하늘이 아니다. 문득 이런 문구가 떠오른다 닭의 목을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 맞다. 새벽이 밝으면 감춰진 것들이 보일 것이다. 두렵다고 감춘들 감춰지지 않을 것이며, 가린다고 가려질 것이 아니다. 지금 당장 하늘을 가린 손바닥을 치우기 바란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먹구름을 하늘로 알고 사는 것이 아니라 구름 한 송이 없는 맑은 하늘을 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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