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자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자
  •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 승인 2023.01.19 1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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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談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박미영 청주시가족센터장

 

2023년 새해가 밝아오고 새 희망과 소망으로 한 해의 당찬 포부를 다짐하며 ‘올해는 마냥 행복하고, 마냥 웃으며, 반드시 건강하자’는 약속을 스스로 하면서 흰 머리가 늘어가는 중년의 삶을 그려 보았다.

새해맞이 설렘이 가시기도 전에 최고의 명절인‘설’연휴가 서둘러 다가왔다. 어릴 적에는 명절이 참 기다려지곤 했다. 큰 집이었던 필자의 집은 명절이 다가오면 며칠 전부터 각종 김치 담그는 일부터 음식 준비가 시작된다. 오랜만에 만나는 작은 집 삼촌들과 사촌 동생들이 기다려지기도 했고 기름 냄새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며 신나게 놀 생각으로 구름에 둥실 몸을 실어놓고 들떠 있었다. 천방지축 요리에 관심이 없는 필자는 놀 궁리에 반짝였지만 필자의 언니는 일찍부터 주방에 불려들어가 음식 준비를 거들었다. 특히 각종 전을 부치는 일은 늘 언니 담당이었는데 손재주가 좋은 언니는 중학교 시절부터 전문가의 솜씨를 능가했다. 저녁엔 다 같이 모여 만두를 빚는데 어릴 때는 그냥 꾹꾹 눌러 놓기도 하고, 똘똘 뭉쳐 놓기도 하면서 깔깔대던 기억이 난다.

즐거웠던 명절은 초등학교를 기점으로 사라지고 조금 더 자라면서부터는 이런저런 핑계로 주방일을 피해 다닐 구실을 찾았지만 결혼을 하고 나니 피할 길 없어진 명절은 반갑지 않은 빨간 글자가 되어 있었다.

어린 아이가 보채서 잠시 주방을 떠나면 ‘아이고, 네가 효자다.’라는 눈치 보이는 한 마디, 명절을 지내고 친정에 온 시누이를 보면서 우리도 친정에 가자고 남편에게 눈빛을 보내도 모른 척 외면하고 있는 ‘남의 편’을 보면서 얄미웠던 시간, 음식 준비와 손님 접대에 종종거리며 다니는 동안 늘어지게 낮잠을 자고 일어나 ‘뭐 맛있는 거 없어? 시원한 것 좀 줘’라고 소리치는 남편의 목소리에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올라오는 분노의 물결은 기혼 여성이라면 한 번쯤 경험해 보았을 것이다. 아마 대부분 명절 가정의 모습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명절은 오랜만에 만나는 가족들과의 반가운 만남이 있고, 덕담을 나누며 서로를 격려하는 의미 있는 시간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명절이 누군가에게 반갑지 않은 이유를 돌이켜 본다면 명절 가족 문화의 변화는 시대적 요구이다.

무의식중에 사용해왔던 호칭도 바꿔 부를 필요가 있다.‘시댁’과‘처가’로 구분되던 것을‘시가’로, 친가와 외가를‘아버지 본가’와‘어머니 본가’로,‘장인, 장모’를 ‘아버님, 어머님’으로, ‘도련님, 아가씨, 처제’를 `●●씨, ●●님' 등으로 바꿔 부르는 것은 호칭에서부터 숨겨져 있던 차별적 의식을 변화시켜 나가는 일이다. 누군가는 유난스럽다고 할 수도 있지만 언어는 의식을 내포하기에 호칭의 변화는 가족 문화 변화의 출발점이 된다.

다행히 조금씩 변화하고 있는 명절 문화가 필자는 반갑다. 설과 추석 명절을 한번은 남편의 본가부터, 한번은 아내의 본가부터 방문하는 것도 좋고, 며느리 중심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음식을 준비하거나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는 모습도 그렇고, 남은 연휴는 휴식을 취하거나 가족 모두가 즐거울 수 있는 시간을 나누는 것도 좋다.

이번 명절은 누군가에게는 반갑고 누군가에게는 불편한 명절이 아니라 ‘함께 일하고, 함께 쉬고, 함께 즐기는 명절’로 가족 모두가 행복한 연휴가 되었으면 한다. 돌아오는 명절에는 다 함께 외쳐 보자! “함께 일하고 함께 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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