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로 회복제 같은 다섯 딸 … 웃음 그칠 날 없어요”
“피로 회복제 같은 다섯 딸 … 웃음 그칠 날 없어요”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17 1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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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 저출생시대 다둥이 가정을 응원합니다.
청주 김광래·전정주 부부

마흔넷에 늦둥이 막내 딸 출산 … 첫째·둘째는 결혼
희망 없는 세대 … 딸에게 아이 많이 낳으라고 못해
작은 지원들보다는 통합·실질적인 혜택 주어져야
김광래·전정주 부부 가족.
김광래·전정주 부부 가족.

 

김광래 충북도의회 총무담당관(59)은 딸부잣집 아빠다.

선향과 선화, 정우, 경화, 민정까지 다섯 딸을 두었다. 딸 둘은 결혼해 딴집 살림을 하지만 막내딸은 이제 고등학교 1학년이다. 교육비가 많이 들어갈 나이지만 막내 덕분에 젊은 아빠로 살고 있다.

“마흔넷에 막내를 낳았어요. 아내가 막내를 낳고 나서는 옷도 젊은 취향으로 사주더라고요. 아내나 나나 막내딸의 라이프사이클에 맞춰 살다 보니 젊은 아빠로 살게 돼 좋습니다”

박봉의 월급으로 생활해야 했기에 딸 셋을 낳은 후 아이를 낳지 않을 계획이었다. 아들 하나만 더 낳으라는 어머니의 소원에 다섯 자녀가 되었다.

“어머니의 소원이기도 했지만 저도 워낙 아이에 대한 욕심이 많았어요. 사람을 좋아하고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편이다 보니 가족이 많은 게 좋았습니다. 홑벌이다 보니 경제적으로 힘들었지만 생명은 귀한 것이니까 아이가 생기면 낳았어요. 그래서 아이가 많아요.”

셋째를 낳았을 때 다둥이가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막내딸만 정부의 혜택을 받고 있다.

무상교육과 무상급식과 같은 자녀 지원이 보편화되면서 오히려 아이를 많이 낳은 가정에 대한 혜택은 없어졌다.

“다자녀 가정에 대해 지원이 필요합니다. 작게 작게 많은 지원보다는 통합해서 하나로 크게 지원하는 것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싶어요. 실질적으로 다둥이가정에 대한 지원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부담 갖지 않도록 해야 저출생 문제를 개선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요즘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지 않는 시대는 아니잖아요. 환경이 아이를 낳지 못하도록 합니다. 기후위기에 따른 지구환경도 그렇고 세계질서도 크게 변하면서 미래세대에겐 희망이 없어 보이는 거죠. 누가 아이를 낳으려 하겠어요. 나부터 결혼한 딸들에게 아이 많이 낳으라는 말 못해요”

이처럼 육아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좋은 정책을 내놔도 저출생 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 똑똑한 젊은 세대들은 좋은 환경이 구축되지 않으면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생각이 확고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자식은 삶을 지탱해주는 구심점이자, 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선물이다.

“다섯 모두 성격도 취향도 달라요. 그중 둘째 딸이 신기하게도 저랑 음식이나 취향, 혈액형까지 가장 잘 맞습니다. 집안에서 의견 조율하는 것도 둘째고요. 막내는 영양제입니다. 파견근무로 서울에 있을 때 생겼거든요. 그때 임신했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라는 의미구나 싶었어요. 출세도 포기하고 부모님 모시고 산 아내를 위해 여생을 살겠다고 결심한 후 청주로 내려왔어요. 막내가 만들어 줬다고 봅니다”

교육적으로 엄격하지만 아빠는 다섯 딸에게 누구보다 개방적이다. 반항심이 큰 사춘기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잘 성장해주었다. 권위적이거나 억누르지 않고 키운 부모의 개방적인 생각이 통했다고나 할까. 막내딸이 친구들로부터 `부모님 사랑을 많이 받는 것 같다'는 말을 듣고 있는 게 무엇보다 흐뭇하다.

“딸들이라서 그런지 섬세해요. 슬쩍 이야기해도 지나치지 않고 알아서 준비하고 알아서 챙겨줍니다. 그런 아이들에게 누굴 위해서가 아니라 자신을 위해 살라고 말해 줍니다. 세상에 태어나서 남을 위해 살았으면 하는 바람도 있지만 그 역시 아이들이 선택할 몫이라고 생각합니다”

딸들로 인해 아들이 둘이 생겼다는 그는 퇴직 후 평소 하고 싶었던 원예일과 봉사활동으로 여생을 살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연지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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