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극복의지 있기는 한가?
저출산 극복의지 있기는 한가?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1.15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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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가 최근 내놓은 경제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경제 규모는 오는 2050년 세계 15위권 밖으로 밀려난다.

5대 경제대국 순위도 현재 미국·중국·일본·독일·인도에서 2050년 중국·미국·인도·인도네시아·독일 순으로 재편된다고 했다. 2075년에는 중국·인도·미국·인도네시아·나이지리아가 5대 경제강국 리스트에 오른다.

골드만삭스는 인구를 국가경제 규모를 결정할 핵심요소로 봤다.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나라들이 든든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경제를 키울 것으로 전망했다. 해서 인구 증가세가 안정적인 나이지리아, 멕시코, 이집트, 파키스탄, 필리핀 등이 15대 경제대국으로 부상하고 한국은 퇴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81명이다. 남녀가 결혼해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자녀의 수가 1명도 안된다는 얘기다. 합계출산율이 2.1명은 돼야 현재 인구를 유지할 수 있다. 골드만삭스 아니라 누군들 실질적 인구감소가 진행 중인 지구상의 유일한 국가, 한국 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있겠는가. 골드만삭스의 보고서는 저출산 극복이 국가 존망이 달린 화급한 과제임을 우리에게 재인식시킨 경고장에 다름 아니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참여정부 때인 2005년 발족했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고 12개 부처 장관과 민간전문가 12명이 참여했다. 저출산 극복과 고령화 대응이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중차대한 과제로 인식됐기에 대통령이 직접 관장하는 자문위가 탄생했을 것이다. 하지만 위원회는 제몫을 못했다. 출산 장려에 수십조원에 달하는 천문학적 예산을 쏟아붓고도 세계 최저 출산국가로 전락한데는 실효성있는 정책 발굴에 실패한 위원회의 책임이 크다.

최근 이 위원회의 실무 책임자인 나경원 부위원장이 해임됐다. 3년 임기지만 임명된지 불과 3개월 만에 물러났다. 우선 국가 백년대계의 구상을 맡기겠다며 발탁한 인물을 임명장의 잉크도 마르기 전에 경질하는 경박한 인사부터가 황당했다. 일종의 거래성 인사였다는 설까지 나돈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당권에 도전하지 말라는 뜻이 내포된 인사인데 반대 방향으로 가니까 (대통령실이) 격한 반응을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사실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정부가 절박한 의지를 갖고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느냐는 의구심이 가시지는 않는다.

나 부위원장은 지난 5일 기자들을 만나 “현행 신혼부부 주택·전세 자금 지원시책을 보완해야 한다”며 헝가리의 출산 장려정책을 소개했다. 헝가리는 신혼부부에게 일단 4000만원을 대출해주고 자녀를 낳을 때마다 혜택을 확대한다. 첫 아이를 출산하면 이자를 면제하고 둘째를 낳으면 원금 일부를 탕감하고 셋째 출산 시 전액을 탕감하는 식이다.

하지만 이 발언은 곧바로 대통령실의 공박을 받았다. 사회수석이 “정부 정책 기조와 큰 차이가 있다”며 선을 그었고 여권 곳곳에서 `얼빠진 공직자', `자기정치를 한다', `한 번 튀어 보려는 수작' 등의 거친 비판이 쏟아졌다. 그가 내놓은 제안은 거친 인신공격과 당내 권력다툼에 초점을 맞춘 보도들에 파묻혔다. 주목해야 할 메시지는 뒷전으로 밀리고 미운털 박혀 난타당하는 메신저만 부각된 꼴이 됐다.

헝가리는 4명 이상 출산시 소득세 평생 면제, 학자금 대출 감면, 육아휴직 3년 등 적극적 출산정책을 추진해 1.24까지 하락했던 합계출산율을 10년 만인 2020년 1.52로 끌어올렸다.

정책 실패로 참담한 성적표를 받아든 우리로서는 귀감으로 삼아야 할 나라이다. 말한 사람이 밉다고 헝가리를 벤치마킹하자는 제안까지 헛소리로 일축해서는 인된다는 말이다. 새 부위원장을 맞은 위원회가 심기일전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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