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뜨기
실뜨기
  • 심억수 시인
  • 승인 2023.01.15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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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엿보기
심억수 시인
심억수 시인

 

함무성 수필가의 첫 수필집 `실뜨기'는 5부로 구성되어 있다. 38편의 수필을 담고 있다.

중등미술교사로 봉직했던 작가는 여고 시절 타고르의 `기탄잘리'를 읽으며 키운 문학적 감성을 잊지 못했다. 퇴직 후 늦은 나이에 청주대 평생교육원 수필 반에 등록해 글쓰기를 시작했다.

작가는 서문에 “자연 속에서 만나는 생명체들의 말이 들리는 듯하고, 나이가 늘어나니 감성도 더욱 깊어져 담아놓을 그릇이 필요했다. 용기를 내어 글로 속내를 드러내 놓고 나니 오히려 담담해지고 자유로워졌다”고 했다.

수필은 평범한 일상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고백의 문학이다. 단순한 자신의 경험을 사실적으로 기술하는 것만이 아니다. 내용이 철학적이고 정서적 감동이 담긴 문장이어야 한다.

함무성 수필은 생명 존중의 사유와 자연의 이치를 통해 바라본 인간 본연의 마음을 담고 있다.

미술 교사로 오랜 세월 갈고 닦은 예술적 표현의 유려함과 세련미에 작가의 주관과 사상이 투영되어 있다.

철학적 사유가 바탕이 된 수필을 읽다 보면 사실감과 생생한 묘사에 자연스레 작품 속으로 빠져드는 흥미로운 수필집이다.

표제작 `실뜨기'는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사유하고 있다.

실뜨기 놀이는 실의 양끝을 매어서 손에 건 다음 양 손가락에 얼기설기 얽어 두 사람이 주고받으면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드는 놀이다.

실뜨기 놀이가 어머니의 지혜로 생명체의 사랑 행위를 새롭게 해석하게 한다.

문장에 깃들어 있는 생명의 경이로움과 어린 시절 추억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문체의 단아함과 생동감은 마치 작가의 배추밭에 앉아 사랑놀이하는 섬서구메뚜기를 눈앞에 보는듯하다.

살아 있는 생명의 원초적 본능을 치밀하게 묘사하여 강한 상상력을 불러온다.

`실뜨기' 수필집에 함께 사는 소나무, 쥐똥나무, 명자나무, 배롱나무, 칡, 등나무, 단풍나무, 도토리나무, 홍조팝나무, 주목, 산사나무, 미산딸, 두릅나무, 엄나무, 탱자나무, 유자나무, 옻나무, 감나무, 측백나무, 은행나무, 생강나무, 산수유나무, 고광나무, 비자나무, 노루오줌꽃, 옥잠화, 병꽃, 칠자화, 엉겅퀴, 국화, 구절초, 벌개미취, 꽃무지, 봉숭아꽃, 고양이, 풍산개, 미모사, 두꺼비, 다람쥐, 개구리, 들쥐, 지렁이. 지네, 까마귀, 꿀벌, 딱따구리, 장끼, 잠자리, 뱀, 여치, 땅강아지, 귀뚜라미, 방울벌레, 베짱이, 달팽이, 배추벌레, 노린재, 왕사마귀, 고라니, 섬서구메뚜기 등 자연이 들려주는 생명의 소리를 삶과 접목하여 문학으로 승화했다.

자연을 바라보는 인간의 감정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식과 서로 의논하고 절충하게 된다. 사람과 장소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을 갖는다.

또한 심적 생활의 배경이나 관찰의 대상에 따라 주관적 객관적으로 사물을 관조하게 된다. 자연의 아름다움은 생동감이다. 수필 또한 주제가 뚜렷해야 생명력이 있다.

함무성 수필가는 숲 속 마을에서 자연과 함께하며 우리가 미처 보지 못한 것과 그냥 지나친 것을 찾아내어 그것이 가진 소중한 가치와 생명의 의미를 전달한다.

가치관과 도덕 체면이 사라져가는 현시대에서 인간 본성을 회복하기 위한 원초적 삶의 사유를 들려준다. 자연과 꾸밈없이 교감하는 작가의 지적인 사색과 생명력이 빛나는 수필집 `실뜨기'를 만나 행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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