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남매 커가며 주는 기쁨이 양육 고충보다 훨씬 소중”
“6남매 커가며 주는 기쁨이 양육 고충보다 훨씬 소중”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1.11 19: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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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저출생시대 다둥이 가정을 응원합니다.
영동 이광호-이소영 부부

아들 셋 출산 후 딸 욕심에 또 내리 딸만 셋 낳아
가사외 노동도 힘든데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
“주변 아동보육시설 전무 … 양육 인프라 확충해야”
이광호·이소영 부부와 6남매.
이광호·이소영 부부와 6남매.

 

충북의 남단 영동군에서도 오지로 꼽히는 상촌면 면소재지로 들어가는 지방도변에 자그마한 농장이 자리잡고 있다.

이광호(42)·이소영(43)씨 부부와 6남매가 둥지를 튼 `원뽀농원'이다.

부부는 10년전인 2013년 경기도에서 이주해 이곳에서 귀농인으로 자리잡았다. 당시 4남매가 6남매로 늘며 다둥이 부모가 됐다.

장남 원민(17)은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둘째 원혁(16)은 중 3이 된다. 원률(13)·원별(11)·원빛(8)은 초등학생, 막내 원봄(5)은 돌보미의 도움을 받는다.

부부는 아들 셋을 내리 낳고 더 이상의 출산을 접기로 했었다. 하지만 딸을 갖고싶은 욕심에 넷째를 봤고, 첫딸에 반한 남편 광호씨의 딸사랑이 다섯째와 여섯째로 이어졌다. 아들 셋을 키울 때 이씨는 힘에 부쳐 쓰러져 몇차례나 응급실에 실려가기도 했다. 그런데도 출산을 피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이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주는 기쁨이 양육의 고충보다 훨씬 컸기 때문”이라고 했다.

“막내를 낳았을 때 정말 힘들었어요. 일일이 손이 가야 할 아이가 넷이나 되니 하루하루가 치열한 전쟁이었지요. 유통판매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해 가사외의 노동도 만만찮았던 때였어요. 체력의 한계를 느낀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지만 한순간도 후회한 적은 없었어요. 그 때를 생각하면 내 자신이 경이로울 정도입니다”

부부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자라도록 간섭을 피한다고 했다. 이씨는 “스스로 선택하도록 하고 아이들의 선택을 최대한 존중하는 편”이라며 “부모에 의존하지 않는 자율적 생활태도를 갖도록 하는 것이 다둥이 양육에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씨에게 중고생이 된 장차남이 도움을 주느냐고 물었다.

“원민이는 듬직해요. 말수가 적고 무뚝뚝한 편이지만 동생들을 돌볼 때는 자상하지요. 몰래 설거지를 해놓거나 엄마 생일 때 아빠도 못했던 미역국을 끓여줘 감동을 주기도 했지요. 바로 동생들이 태어나는 바람에 엄빠의 애정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짠한 아들입니다. 둘째 원혁이는 공부 짱입니다. 교육청 위센터를 찾아가 상담을 받을 정도로 학교에서 소문난 말썽꾸러기 였지만 어느날 선생님의 충고를 듣고 공부벌레로 변신하더니 바로 1등을 먹더라고요. 집안에 긴장감과 동시에 활력을 주는 역동적인 아들입니다”

원뽀농원에서는 철에 맞춰 샤인머스킷 등 포도와 복숭아, 사과, 곶감 등을 판매하고 포도즙, 사과즙, 칡즙 등 가공품도 취급한다.

검증된 이웃 농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사들여 원료로 쓴다. 웹디자인에 일가견이 있는 이씨의 블로그 홍보와 품질을 칭찬하는 입소문이 퍼지며 매출이 매년 늘고 있다. 명절을 앞둔 요즘은 곶감 주문이 밀려 눈코 뜰 새가 없다.

아이들 키울 정도의 소득은 올리고 있지만 최근 사정이 어려워졌다. 원료인 농산물과 포장자재, 운송비 등이 줄줄이 올랐지만 가격을 올릴 용기를 내지못해 매출을 늘리고도 수익은 빠듯해졌다고 한다.

부부는 아동보육시설이 한곳도 없는 상촌면의 현실을 들며 “현금 지원보다 양육 인프라 확충과 다둥이 가정에 실질적 도움을 줄 서비스 발굴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새해 소망을 묻자 부부는 “더 이상의 바람은 욕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지금의 행복이 흔들리지 않도록 유지되는 것”이라고 대답했다.

/영동 권혁두기자

arod58@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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