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당한 평화가 정당한 전쟁보다 낫다
부당한 평화가 정당한 전쟁보다 낫다
  • 박명식 부국장
  • 승인 2023.01.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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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명식 부국장
박명식 부국장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해 마지막 날 열린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제8기 6차 전원회의에서 남한을 `의심할 바 없는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무력 대결에 대비한 전술핵과 핵탄두의 다량 생산을 지시했다.

이번 전원회의에서 김 위원장은 “우리의 핵무력은 전쟁억제와 평화안정 수호를 제1의 임무로 간주하지만 억제 실패 시에는 제2의 사명도 결행하게 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무력 대결 시 불리하면 핵무기를 공격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음을 강조한 섬뜩한 발언이다.

그리고는 탄도미사일(SRBM) 3발을 동해상으로 발사했고 새해 첫날인 1월 1일 또다시 SRBM 1발을 동해상에 쏘아올리는 무력 도발을 감행했다.

김 위원장의 강도 높은 발언과 미사일 도발에 각종 외신은 곧 전쟁이라도 터질 듯 한반도가 제2의 우크라이나가 될 수 있다는 보도를 전하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AP통신은 “김정은의 이번 지시는 미국의 적대정책에 대처하기 위해 공언했던 핵무기 개발 계획의 큰 방향과 궤를 같이한다”고 전했고 블룸버그통신은 “북한은 미국과 남한, 일본 등 미국 동맹국들을 상대로 신빙성 있는 핵공격 능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며 “이미 드론, 잠수함, 미사일 등 무기를 추가로 개발하려는 김정은의 계획이 실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CNN방송도 “북한은 다양한 군사공격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과시했고 언제든지 다양한 방향으로부터 다른 방식의 공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는 레이프 에릭 교수 인터뷰 소개와 함께 “한국도 북한의 모든 공격에서 핵심 역할을 할 F-15K 전투기 능력 등의 전력을 강화했고 미국 역시 F-22 전투기와 B-1 폭격기를 한반도 주변 훈련에 배치하는 등 모든 것이 긴장 고조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사실상 남북 관계는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의 친북 정책을 물려받았던 문재인 정권 이후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당장이라도 전쟁이 터질 듯 긴장 수위가 최고조까지 치달았다.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후 담대한 구상 속에서의 대화를 북한 정책 기조로 삼았지만 이를 무시하고 툭하면 탄도 미사일을 쏘아올리면서 자신을 향해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는 북한에 대해 인내의 한계를 드러냈다.

그리고는 “우리군은 일전을 불사한다는 결기로 적의 도발을 응징해야 하고 평화를 위해서는 압도적으로 우월한 전쟁 준비를 해야 한다. 전쟁을 대비하지 않는 군이란 있을 수 없다. 확전태세에 임하라. 확고한 응징과 보복만이 대한민국 자유에 대한 공격과 도발을 억제할 수 있다.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를 검토하라” 등 닥공 전술로 북한 도발에 응수해 왔다.

날이 갈수록 남북 관계는 평화국면과 대결국면의 기로에서 대결국면으로 좀 더 가까이 가고 있는 듯싶다. 평화는 대화와 협력이 바탕이지만 대결은 결국 파국을 불러올 뿐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역대 정부의 북한 정책은 대결보다는 대화와 협력에 방점을 두었다.

누군가는 자존심 구기지 않고 북한에 질질 끌려다니지 않으면서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모습이 늠름하고 자랑스러울지 모르겠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처럼 국토가 산산조각이 나면서 국력이 수십년 후퇴하고 꽃다운 젊은이들의 피가 희생될 것이 뻔한 전쟁을 원하는 국민은 단 한명도 없을 것이다. 로마의 정치가 키케로는 `가장 부당하다고 여기는 평화도 가장 정당하다고 여기는 전쟁보다는 훨씬 낫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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