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화칼슘과 피로회복제
염화칼슘과 피로회복제
  •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행정복지센터 팀장
  • 승인 2023.01.10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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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광장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행정복지센터 팀장
전규영 청주시 우암동행정복지센터 팀장

으아악~ 아흐흑~ 조그만 더… 안된다… 도저히 안된다. 조금만 더 하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 사람이었다니… 더 이상은 무리이다. 꼼짝도 하지 않는다.

이웃돕기 후원으로 들어오는 쌀 20㎏ 포대도 옮기는 필자인데 염화칼슘 포대를 못 옮기고 쩔쩔매고 있다. 물론 염화칼슘 포대가 쌀 포대보다 조금 더 무겁기는 하다.

지난 12월부터 이어진 강설과 한파로 인해 인도 및 골목 곳곳의 제설과 제빙 작업이 필요한 곳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염화칼슘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어 자연스레 염화칼슘을 들고 나를 일도 많이 생겼다.

업무 틈틈이 마을에 설치되어 있는 제설함에 염화칼슘도 채워 넣어야 하고 낙상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응달진 미끄러운 길에도 염화칼슘을 뿌리고 언 길을 깨어 잘 녹여놔야 한다.

물론 주택가 및 이면도로 등 제설취약구역에 대한 민원에 대한 대응도해야 한다.

행정복지센터 트럭에 염화칼슘을 싣고 해당 민원구역에 도착하면 어김없이 동네 분들이 서너분 나와 계신다. 첫마디는 항상 행정을 탓하지만 그뿐이다. 마무리는 고생했다, 애쓰신다로 끝내신다. 늘 손에는 빗자루며 넉가래 등 제설도구 등이 나름 들려 있고 기꺼이 나와 준 동 직원들을 위한 피로회복제도 준비되어 있다. 평범한 가정집에서 피로회복제가 나온다니 신기한 일이다.

마을자율제설단과 함께 혹은 동 직원끼리 제설 작업을 할 때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 한 분도 그냥 지나치시는 분이 없다. 어르신이 많이 사는 동네의 특성 탓인지 몰라도 추운 날씨에 고생한다는 인사라도 꼭 건네는 분들이 계신다. 낯부끄러운 인사 대신 집에 있는 싸리비라도 들고 나오신다.

골목골목의 제설함을 채워야 하고 제설·제빙 민원이 생겨 옷과 신발, 목장갑 등을 챙겨 나가는 트럭 안 룸미러에 비친 필자의 모습은 대개 입이 비죽 나와 있다. 손도 발도 시렵고 염화칼슘과 씨름하고 나면 씻어도 씻어도 없어지지 않는 그 끈적함과 미끌거리는 찝찝함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도착하면 누군가는 나와 계시고 하나 같이 빗자루 등 무엇인가를 손에 들고 같이 작업할 준비를 하고 계신다. 혹은 눈을 쓸고 계신다.

언제부터 나와 계셨던건지 참 죄송스럽다. 그분들과 함께 염화칼슘을 뿌리고 눈도 밀어낸다. 머리는 염화칼슘의 소금기인지 땀인지 모를 것으로 뒤엉켜 있지만 동행정복지센터로 돌아오는 트럭 안에서 마시는 피로회복제는 한여름 땡볕에서 마시는 아이스아메리카노보다도 시원하고 맛있다.

올겨울이 가기 전에 염화칼슘 포대를 번쩍번쩍 들어올릴 수 있을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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