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의 약진
알뜰폰의 약진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3.01.09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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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
이재경 국장

이동통신 3사가 사실상 독과점해온 국내 스마트폰 통신 시장에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천덕꾸러기 신세이던 알뜰폰이 가입자 1000만명 시대를 열면서 약진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선통신서비스 가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말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 수는 1263만명으로 전체 가입자 수 7683만명 중 16.4%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무선통신 서비스 이용자 100명당 16.4명이 알뜰폰을 사용하고 있다는 뜻이다.

알뜰폰은 `가상 이동통신망 사업자(MVNO)' 망을 사용해 서비스를 받는 휴대폰을 일컫는다. SKT,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로부터 통신망을 빌려서 가입자들에게 요금을 기존 통신사 대비 50%에서 최대 90% 이상까지 저렴하게 받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공식 출범한 때는 2011년이다. 2010년 이명박 정부에서 통신 3사의 독과점을 막고자 알뜰폰 도입을 위한 법안을 만들고 이듬해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하지만 시작부터 고전을 면치 못했다.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싼 요금제임에도 불구, 기존 통신 3사에 비해 열악한 멤버십 서비스 등 여러 제약으로 가입자 유치에 애를 먹었다.

2012년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한 후 2013년 250만명을 유치해 점유율 4.5%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출범 후 9년이 된 2018년에서야 겨우 798만명을 확보했다.

그러던 것이 최근 2년 새 가입자가 폭증했다. 2021년 11월 1013만명, 지난해 11월 1264만명으로 1년 만에 가입자가 250만명이나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가입자가 지난해 갑자기 급증한 것은 서비스 질의 향상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통신 소비자들의 얇아진 주머니 사정 탓도 작용했다.

현재 이동통신 서비스 요금은 음성 통화는 대부분 무료로 제공되며 데이터 통신 요금 위주로 구성돼 있다.

특히 가입자 대부분이 유튜브와 OTT 등 동영상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고용량, 빠른 전송 속도의 데이터 서비스를 선호하고 있다.

그러나 고용량의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하려면 비싼 요금제를 선택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현재 통신 3사가 제공하는 고용량 요금제는 100GB(기가바이트) 이상을 기준으로 8만원에서 12만원 사이로 10만원 안팎이다.

젊은 직장인들이 이런 요금제를 이용하면서 휴대폰 기기값까지 부담할 경우 월 통신비 부담액은 15만원이 훌쩍 넘을 터. 지난해부터 갑자기 고물가와 고금리에 시달리던 가입자들이 대거 요금 부담이 덜한 알뜰폰으로 이동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뜰폰의 약진은 20여년간 지속해 온 통신 3사의 독과점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 표출이기도 하다.

최근 이슈가 되는 5G 중간 요금제도 그런 선상에서 비난과 개선의 대상이다. 현재 통신 3사는 정부의 권고에 마지못해 월 사용량 25~31GB 수준의 중간요금제를 내놓았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데이터 사용량에 따라 더욱 세밀하고 촘촘한 요금제를 원하고 있다. 실제 월 50GB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경우 울며 겨자 먹기로 7만원대를 훌쩍 넘는 100GB 짜리 요금제를 선택해야 한다. 32~99GB대의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알뜰폰의 약진으로 확인된 소비자들의 여전한 불만과 불합리한 통신 3사의 요금제. 정부의 강력한 개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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