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시계에 잠시 멈춘 산과 강
겨울 시계에 잠시 멈춘 산과 강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05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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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그곳에 가다-충북의 미래유산을 찾아
옥화1경 청석굴 앞 달천강
초록빛 벗고 갈빛 품은 산자락
말·글 대신 침묵·준엄함 선사

 

겨울은 쓸쓸합니다. 덕지덕지 걸치고 있었던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벗어버린 겨울산도 앙상합니다.

초록빛은 사라지고 갈 빛이 점령한 산자락은 듬성듬성 바닥을 보이며 묵언 수행 중입니다.

사람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던 달천강도 휑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추위를 이겨내기 위해 흐름을 멈추고 잠시 얼음장 밑으로 숨습니다.

물과 물을 연결하며 길이 되어주던 징검돌만 덩그러니 자리를 지키고 있습니다. 남을 것만 남고, 있어야 할 것만 있게 하는 겨울의 혹독함은 본질을 드러내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말이 넘치고, 글이 넘치고, 사람이 넘치는 시대에 사는 우리에게 자연은 침묵의 준엄함과 응시의 힘을 겨울의 시계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황량한 들판을 떠돌다 돌아온 바람이 잠시 머물다 갑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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