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생보다 재미있게 지낸 기억 훨씬 커 … 웃는 일도 많아”
“고생보다 재미있게 지낸 기억 훨씬 커 … 웃는 일도 많아”
  • 연지민 기자
  • 승인 2023.01.03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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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기획/저출생시대 다둥이 가정을 응원합니다.
①다섯 자녀의 아빠 홍국희씨

“출산이 애국이라고? … 누가 애국하려 아이를 낳습니까”
가장 큰 현실적 문제 집 마련·교육 … 두터운 복지 필요
다자녀가정 특혜 인식 안돼 … 육아정책·사회구조 변해야

저출생 문제가 국가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방소멸이라는 위기 앞에 놓인 자치단체들은 인구감소를 타개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내놓고 있지만 비혼족과 무자녀족의 증가를 막지 못하고 있다. 이에 충청타임즈는 우리 지역의 다자녀 가정을 취재해 육아와 교육의 어려움을 뛰어넘는 가족상과 저출생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현안을 짚어본다.

홍국희씨(청주시 공무원)는 다섯 자녀를 둔 40대 가장이다. 아내 신이정씨(41)와의 사이에 큰아들 성민(원봉중 2)이와 큰딸 지민(동아초 4), 쌍둥이 딸 지아·서아(동아초 2), 막내아들 서준(5)이 있다. 한 자녀나 두 자녀가 보통인 요즘에 자녀 다섯을 둔 집은 드물다. 다자녀 아빠의 육아는 어떨까?

“아이마다 다 달라요. 키울 때 힘들지만 개성이 달라 더 좋은 것 같아요. 아이들을 통해 삶이 깊어지는 걸 느낍니다. 자식을 위해서 죽을 수 있는 이가 부모구나 하는 감정을 느끼죠. 자식이 없다면 죽을 때까지 알 수 없을 겁니다.”

남편이 출근하면 다섯 자녀의 육아를 전담하는 아내 신이정씨. 자녀를 키우는데 힘들지 않느냐는 질문에 유쾌한 대답이 돌아왔다.

“애들이 많아서 많이 웃게 돼요. 육아할 때 힘든 것은 아이들이 터울이 있다 보니 놀이나 여행할 때 어느 쪽에 맞출지가 고민인 건 있어요. 저희끼리 잘 놀고 부모에게 의지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보다 덜해요. 그 외에 일상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것은 소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웃을 일이 많은 만큼 힘든 일도 많았을 아내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빌라에 살면서 쌍둥이 지아와 서아를 안고 업고, 큰아들과 큰딸은 걷게 하며 10여 년 살았지만 홍씨는 고생보다 재미있게 지낸 기억이 훨씬 크다고 말한다. 일 한다는 핑계로 아이들과 놀아주지 못하고 모든 육아를 아내에게 떠넘긴 일이 두고두고 미안할 뿐이다.

40대 다둥이 아빠지만 요즘 젊은이들이 경제적인 문제로 결혼하지 않거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다는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정부의 저출생 지원정책도 환영하지 않는다. 다자녀라 특별한 혜택을 받는 것이 아니라 자녀를 둔 모든 가정이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과정이 충분한 복지로 채워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에서 부모가 되는 데 있어 가장 큰 현실적 문제는 집을 마련하는 것과 교육입니다. 아이를 낳으면 얼마 준다, 뭘 지원해준다고 하지만 지원만으로는 아이를 낳지 않아요. 아이들이 클 때까지 두터운 복지가 필요합니다. 다자녀 가정이 특혜를 받는 것처럼 인식돼서도 안 됩니다. 모든 아이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나눌 수 있도록 육아정책이나 사회적 구조가 변해야 합니다.”

인구절벽 시대가 되면서 다자녀를 둔 부모를 속칭 `애국자'라고 부른다. 출산과 육아라는 힘든 일을 감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국가적 문제를 책임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자녀를 둔 아빠에겐 불편한 명칭이다.

“애국자라고요? 다자녀 부모에게 애국자라고 하는 말은 솔직히 불편합니다. 애국하려고 아이를 낳는 부모가 어디 있습니까. 저는 종교인도 아니고 애국자도 아닙니다. 무엇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이가 생기면 낳은 거죠. 사회가 여유로워져야 아이를 낳는데 우리는 아이를 낳아 키우기 어려운 사회구조입니다. 선진국처럼 복지정책을 확대해야만 저출생 문제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경제적 문제로 아이를 낳지 않는다면 선진국이 될 수 없다는 그는 다섯 자녀를 키우며 평범한 아빠로의 소망도 내비쳤다.

“자식에 대해 책임감은 안 가지고 싶어요. 그 조차 아이들에게 부담을 주는 일이거든요. 같이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하고, 놀아주지 못 한게 미안하지만 우리 가족 모두 안 아프고 건강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연지민기자

annay2@cctime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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