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 '무협지'만 본다
대학생들 '무협지'만 본다
  • 김금란 기자
  • 승인 2007.09.11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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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습관 "심히 우려할 수준" 지적
대학생들의 독서가 크게 우려할 만한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대학생들의 선호하는 책이 전문, 교양서적이나 고전보다는 흥미 위주의 가벼운 판타지 소설류와 무협지 등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기까지는 입시위주의 고교 교육에도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지적이다.

실례로 충북대학교 도서관이 올 1월부터 8월말까지 집계한 도서대여 순위를 보면, 검류혼 저 '비뢰도'를 가장 많이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어 전동조 저 '묵향'이 다음 순위를 차지했다. 그밖에 김정률 저 '다크 메이지'(7위), 조앤 K. 롤링 저 '해리포터와 혼혈왕자'(9위),'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12위), 설봉 저 '사신'(11위), 김윤경 저 '마족의 계약'(13위) 등 순이었다. 결국 이 대학 상위 20위까지의 대여 순위 절반이 무협지류로 나타났다. 무협지를 제외한 나머지도 '애거서크리스티 전집'(4위), '쇼퍼홀릭'(10위), '셜록홈즈전집'(14위) 등 추리소설류로 조사됐다.

청주대학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주대학교 도서관이 올 상반기 도서대여 순위를 집계한 결과 황규영 저 '잠룡전설 시리즈'를 가장 많이 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조앤 K. 롤링 저 ' 해리포터와 혼혈왕자 시리즈'(2위, 7위), 전동조 저 '묵향 시리즈'(3위, 15위, 16위), 김진명 저 '나비야 청산가자 시리즈'(4위, 8위, 14위), 사이딘 저 '실버문'(9위), 김철곤 저 'SKT-인생 가시밭길'(13위) 등 무협지류와 판타지 소설이 상위 20위 이내 80%를 차지했다. 전문서적 대여는 광학(6위), 응용광학(11위) 등 단 2권에 불과했다.

자신을 복학생이라고 밝힌 한 학생은 "대학생들이 가방이나 옆구리에 교양이나 전문서적을 가지고 다니며 학생으로서의 긍지를 느끼던 시대는 갔다. 유명작가의 소설로 밤을 새우며 삶의 의미를 되뇌이는 것도 이젠 추억으로만 남았다. 나도 마찬가지이지만, 대학생들이 너무 기능적이고 표피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것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와 같은 대학생들의 독서 경향에 대해 청주대학교 윤정옥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입시위주의 교육환경에서 청소년들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며 "대학생이 되어서도 도서 선택의 안목이 부족하다보니 딱딱하고, 깊이 있는 서적보다는 단순 흥미유발의 무협지를 선호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충북대학교 이익성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대학생들은 수강 과목을 선택할때도 정통성 위주의 전문 강좌보다는 재미있고 흥미를 느낄 수 있는 교양과목을 선호한다"며 "교양 필수과목이 대학생들에게 외면당하고, 전공과목의 수강생이 점차 줄어드는 현실에서 학생들의 독서력을 높이기 위해 정통과목을 강화해 책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대안이 된다"고 말했다.

청주대학교 임승빈 국어국문학과 교수는 "영상미디어시대를 살고 있는 청소년들이 시청각 자료가 아닌 인내를 요하는 독서를 기피하는 게 현실이다"며 "판타지 소설을 선호하다보면 세상을 가볍게 여기는 등 부작용도 많아 심히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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