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에는 정치가 복원되길
새해에는 정치가 복원되길
  • 권혁두 기자
  • 승인 2023.01.01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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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논단
권혁두 국장
권혁두 국장

 

새해를 맞아 사람들 사이에 훈훈한 덕담이 넘치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주고받는 축복과 격려의 언어들이 현실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올해가 IMF 외환위기때 보다 혹독한 고난의 시기가 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차고 넘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냉철하고 지혜롭고 생산적인 리더십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 벌어진 장면들은 삭풍이 몰아칠 새해를 맞은 국민에게 희망도 위로도 전하지 못했다.

지난달 31일 여야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연하장을 놓고 거친 공방을 벌였다. 문 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유난히 추운 겨울”이라고 운을 뗀후 “치유되지 않은 이태원 참사의 아픔과 책임지지 않고 보듬어주지 못하는 못난 모습들이 마음마저 춥게 한다”고 시국을 꼬집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한 공격으로 판단한 국민의힘은 격한 반응을 쏟아냈다. 수석 대변인은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못된 습관이 녹아있다”며 “경제 발전과 새 정부의 국정과제를 발목 잡고 있는 건 문 전 대통령의 친정인 민주당”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발표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새해 신년사는 대여 선전포고를 방불했다. 그는 “2023년 국민과 함께 다시 한 번 승리의 진군을 시작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민주주의를 말살시키고 있는 검찰정권의 야당파괴, 정치보복 폭주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만 사용돼야 할 권력을 정권의 사적 욕망을 위해 악용하는 잘못을 더는 용납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이날 신년사를 내고 “반법치행위에 결연하게 대응해 법질서를 확립하겠다”면서 기어이 민주당에 한방을 날렸다. 그는 “다중의 위력을 이용한 온라인 마녀사냥, `좌표찍기'를 통한 집단 괴롭힘 등 인간의 존엄을 훼손하는 협박 범죄에도 적극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이재명 대표 수사검사 명단 공개를 겨냥해 날을 세운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30일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이례적으로 야당을 직접 거론하며 비판의 수위를 높였다. 그는 “다수 의석을 앞세운 야당의 발목잡기로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와 투자 확대를 위한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가 온전히 반영되지 못했다”고 공박했다.

정치와 경제의 경색만이 문제는 아니다. 북한은 지난해 마지막 날까지도 미사일 도발을 멈추지 않았다. 31일에도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3발을 발사하며 무력 시위를 새해에도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전세계에 통보했다.

북한은 지난해 38차례에 걸쳐 탄도미사일 70여발 쏘고 순항미사일도 3차례 발사했다. 열흘에 한 번 꼴로 동해상으로 미사일을 쏘아대고 있지만 대화창구는커녕 긴급상황 발발시 남북을 연결할 핫라인조차 막혀있는 상황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연말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핵탄 보유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겠다”고 천명하고 “방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도 있다”며 핵 선제공격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사면초가의 형국에서 정부는 경제위기 탈출과 더불어 노동·연금·교육 등 3대 개혁을 새해 역점과제로 내걸었다.

하지만 입법 절차를 거쳐야할 난제들을 국회를 장악한 다수 야당과 담을 쌓은 가운데 추진하겠다는 오기에서는 진정한 의지가 읽혀지지 않는다.

지난 연말 뇌물수수 혐의로 수사받는 자당 노웅래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을 주도한 민주당은 개혁하는 시늉이라도 하리라는 최소한의 기대마저 저버렸다.

여야는 유권자의 인내심이 바닥나기 전에 아수라장이 된 정치를 복원하기 바란다. 서로를 `독선행정'과 `발목잡기'로 몰아세우는 공방전이 새해에도 계속될 경우 다음 총선에서 동반 몰락의 길을 걷게될 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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