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기업, 한계 가정
한계 기업, 한계 가정
  • 이재경 기자
  • 승인 2022.12.26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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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의 주장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이재경 국장(천안주재)

 

한계 기업. 재무 구조가 부실해 영업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대출금 이자 즉 금융 비용도 감당하지 못해 도산 위기에 처한 기업들을 말한다.

한 국가에서 한계 기업이 많다는 의미는 그만큼 그 나라 경제가 취약하고 위험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2022년 말 한국의 상황은 어떨까. 우려한 바와 다르지 않게 심각하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한계 기업 비중은 16%로 나타났다. 3년 연속으로 번 돈으로 금융권 대출 이자도 갚지 못한 기업이 100곳 중 16곳이란 뜻이다.

코로나19 펜데믹 위기 이전인 2019년 12.4%보다 3.6%포인트 급등했다.

문제는 한계 기업 비중 16%가 지난해 말 기준 집계라는 점이다. 한국은행은 올해들어 기준 금리를 1.25%에서 3.25%로 여섯 차례에 걸쳐 무려 2%포인트나 올렸다.

지난해 7월 0.50%에 비하면 16개월 사이 3%포인트 급등한 것으로 기업들의 금융 비용 부담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은행에서 100억원을 빌린 상장 기업 A사의 경우 지난해까지는 연리 3%를 기준으로 연간 3억원의 이자를 내면 됐으나 올해에는 금리가 대폭 인상돼 6억원 이상으로 두 배 이상 금융 비용 부담을 안게 된 것이다.

A사 뿐만의 문제가 아니다. 상장 회사는 물론이거니와 회사채 발행이 불가능하고 자금 여력이 부족한 비상장 회사 등 영세 중견 기업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기존 대출금에 변동 금리가 적용돼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한데다 추가 대출 또는 연장 시 은행들이 고금리를 요구하거나 연장을 거부하고 회수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올해 불어닥친 고금리 고물가 여파에 `한계 가정'이라는 말도 시중에 나돌고 있다.

가계 생활을 영위하는 가정에서 금용 비용 부담으로 아파트 대출금 이자에 허덕이는 가구를 뜻하는 말이다.

대부분 지난해부터 올해 사이 `영끌'로 빚을 내 집을 산 사람들이 `한계 가정'에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인천 송도에서 88㎡의 집을 5억원의 빚을 내서 산 이모씨(40). 당시 은행에서 연리 4%, 30년 원리금 상환 조건으로 주택담보 대출을 받아 자부담금 포함 12억원 짜리 아파트를 샀는데 지금 아파트 값은 7억원으로 반토막이 났다. 설상가상으로 올해 대출 금리가 7%대로 급격히 치솟아 매달 250만원씩 갚아야 했던 원리금은 350만원을 내고 있다.

이씨의 연봉은 4500만원. 매달 원리금을 갚으면서 100만원 남짓한 나머지 돈으로 허리를 졸라매고 살고 있다.

충남 천안에서 지난해 아파트를 구입하고 올해 초 이사한 김모씨(51).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로 2억5000만원을 빌려 아파트를 샀는데 종전에 살고 있던 집이 팔리지 않아 애를 먹고 있다.

당초 보유했던 아파트가 팔리면 갚을 생각으로 은행 대출을 받아 새 집을 샀는데 살던 아파트가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아 매달 140만원씩 이자를 부담하고 있다.

이씨와 같은 처지에 놓인 사람들은 전국에 부지기수다. 새로 산 아파트는 값이 떨어지고, 살던 집도 떨어지면서 팔리지도 않고. 그야말로 `멘붕'인 상태에서 은행 이자만 죽어라고 갚아야하는 한계 상황에 내몰려 있다.

이런 가운데 한국은행은 내년 초 또다시 기준 금리를 올린다고 한다. 한계에 내몰린 기업과 가계에 어떤 대안이라도 나와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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