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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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 승인 2022.12.25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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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여는 창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김현기 여가문화연구소장

 

시골살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날씨다. 농부는 물론이고 나처럼 모양만 시골 사람인 사람에게도 날씨는 생활의 중심이다. 비 예보가 있으면 비설거지를 해야 한다. 덥거나, 춥거나, 좋거나, 날씨에 맞춘 생활이 필요하다. 날씨를 거스르면 일상이 힘들어진다.

시골살이를 시작하며 꽃과 잔디에 물을 자주 주려고 수도꼭지를 새로 설치했다. 마당은 기존에 있던 것을 수리해서 사용했고, 대문과 밭쪽으로는 새 수도관을 연결했다. 덕분에 물을 좋아하는 꽃들이 더위를 견디고 잘 자라났다. 문제는 겨울이다. 시골 겨울은 도시보다 춥다. 온도가 낮고 바람도 강해 준비를 단단히 해야만 한다. 11월 말이나 12월 초가 되면 밖에 있는 수도꼭지를 모두 잠근다. 남아 있는 물을 빼내고 헝겊과 비닐로 단단히 묶는다. 이렇게 해놓지 않으면 추위에 수도가 동파되어 낭패를 본다.

나름 잘 준비한 덕분에 시골살이 세 번의 겨울은 잘 넘겼다. 문제는 이번 겨울에 생겼다. 청주에 나가 있는데 수도 검침원에게 전화가 왔다. 수돗물 사용량이 세 배나 늘었는데 누수가 있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불현듯 일주일 전부터 대문 쪽 마당에 물이 고여 있는 것이 생각났다. 날씨가 누그러져 눈이 녹아 흘러내린 물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닌 것 같았다. 밤늦게 집에 도착해 살펴보니 “아뿔싸” 눈이 녹아 생긴 물이 아니었다. 집 안쪽에서 계속 물이 흘러내려 고여 있던 것이다. 수도 계량기를 잠그면 물 새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동파가 더 커질 것 같아 그대로 두고 밤을 지냈다. 아침 일찍 철물점 하는 조카 동선이에게 전화를 걸어, 공사하는 분을 소개받았다. 땅을 파고 벽을 깨며 물이 새는 곳을 찾았다. 원인은 화장실에서 밖으로 새로 설치한 수도꼭지였다. 예년보다 더한 강추위에 새로 연결한 수도관이 동파된 것이다. 수도꼭지를 철거하고 수도관을 짧게 잘라 입구를 막았다. 깨어진 벽을 꼼꼼히 바르고 공사를 마무리했다.

부드러운 물은 관을 타고 흘러간다. 딱딱한 얼음은 관을 부순다. 살아 있는 것은 부드럽다. 죽은 것은 딱딱하다. 딱딱한 것은 죽음의 특징이다. 부드럽고 유연한 것이 굳고 경직된 것보다 강하다. 훌륭한 운동 선수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유연성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여자’라는 별명을 가진 역도선수 ‘장미란’은 반대로 가장 부드러운 선수다. 제일 무거운 것을 들어 올리려면 제일 부드러워야 한다. 연약함이 강함을 이기는 이치다.

마음도 이와 같다. 부드러운 마음은 자신을 지키고 주변을 살린다. 딱딱한 마음은 자신을 죽이고 주변을 병들게 한다. 행복해지려면 부드러워야 한다. 유연해야 한다. 동파를 막고 추운 겨울을 지내려면 따뜻함과 부드러움의 온정이 필요하다. 예수님의 탄생은 약함이 강함을 이긴 증거다. 아기 예수님의 따뜻함과 부드러운 마음이 어느 때 보다 간절한 시대다. 딱딱하고 경직된 마음이 판치는 우리 사회에 따뜻한 축복과 사랑이 함께 하기를 기도한다. 메리 크리스 마스 ! 해피 뉴이어! 새해에 더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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