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국장의 구두 밑창 속 차명통장
어느 국장의 구두 밑창 속 차명통장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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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겸의 안심세상 웰빙치안
김 중 겸 <건양대 석좌교수>

예전에는 서울특별시가 복마전이었다. 인·허가를 둘러싸고 매사 검은 돈이 오갔다. 종류별로 정가가 정해져 있었다. 관행이었다. 요즘에는 시나 도에 그런 뉴스가 뜸하다. 없어졌는지는 의문이다.

기초자치단체의 경우는 말이 많다. 특히 건설업자 쪽에서다. 해도 너무 하고 심해도 너무 심하다 한다. 일마다 단계마다 현찰을 챙긴다 한다. 목도한 게 아니라 들은 얘기다. 하지만 사실이라 믿어진다.

단체장은 임기 세 번에 12년 동안 장의 자리에 않을 가능성도 있다. 의회 의자도 마찬가지다. 두 번 당선이라도 8년이다. 공무원은 줄서기가 내일을 판가름낸다 한다. 패자에게 서면 인생 끝이나 마찬가지라 한다.

정적 편을 들었으니 찍히게 마련이다. 짧게는 4년이고, 길게는 12년을 한직 맴돌기로, 종신하는 신세로 전락한다. 정치인은 매정하고 비열하다. 한나라당을 보라. 패자 쪽에 선 자는 영원한 적이다. 추방대상이다.

그래선가. 승자편 사람은 더 잘 보이려고 손 벌린다. 모은 돈 갖다 바친다. 더 좋은 보직을 위해서다. 패자편에 섰던 자도 만회하려고 발버둥친다. 어느 쪽이나 무리수를 둔다. 부정부패가 줄기는커녕 확대재생산된다.

중앙정부에서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원성의 표적이다. 번문욕례(繁文辱禮) 레드 테이프(red tape)의 전형관청이다. 요구하는 서류가 많고 절차도 복잡하다는 뜻이다. 혹자는 디지털시대의 고인돌들이라 혹평한다.

정책마다 예산이 같이 간다. 말 들으면 돈이 나간다. 말 안들으면 돈이 안 나간다. 순응의 정도에 따라 액수가 가감된다. 시대의 흐름에는 정반대로 가는 골동품들이라 지적하기도 한다. 돈 아니면 어디 따라가랴.

구조가 이러니까 검은 공무원이 양성되고 육성된다. 미흡한 일건서류를 봐주고 돈을 받는다. 절차를 좀 생략해주고 돈을 받는다. 돈을 지원해주고 그 대가로 사례를 두둑히 챙긴다. 바람에 실려 나돈다는 풍설이다

증거가 나왔다. 2억원 삼킨 그 부처 뇌물국장사건이다. 월급 3, 4년 치 돈으로 인생에 쇠고랑 채웠다. 구두 밑장엔 통장 숨기고. 썩은 냄새. 마흔 일곱에 돈 맛에 가다니 불쌍하다. 99.999%의 순박한 공무원을 욕보인 죄가 크다.

뇌물은 준 사람도 처벌된다. 일 처리 전후에 주고 받기로 약속만 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제3자가 중간에 서서 한 짓도 죄가 된다. 오간 돈은 몰수되거나 추징된다. 사회를 병들게 하는 공돈이기 때문이다.

좀체 없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늘기만 한다는 생활인의 느낌이다. 액수도 커져가기만 한다는 일반인의 정서다. 주고 받는 자 모두 국민신뢰 배신범이다. 작은 정부와 간소하고 투명한 절차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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