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
국수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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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구의 동화속 풍경
조그만 마을에 사는 흥수는 오늘도 학교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섭니다.

학교까지는 지름길로 빨리 걸으면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지만, 흥수는 지름길로 간 적이 별로 없습니다.

왜냐하면 주황색 양철지붕이 눈에 띄는 '부흥국수'란 조그만 가게 앞으로 지나가려 하기 때문이죠.

부흥국수 가게에선 국수도 만들고 양쪽으로 국수가 보이게 중간만 밀가루 포대 같은 종이로 돌돌 말은 국수도 직접 팔았지요.

멀리서 보면 주황색 지붕과 널어놓은 국수의 하얀색이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바람이라도 부는 날엔 국수가 빨랫줄 빨래처럼 일제히 춤을 추는 것이 참 인상적이기도 했고요.

국수 가게 아저씨와 아줌마는 할머니와 단둘이 사는 홍수를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가끔 흥수에게 할머니께 갖다 드리라고 신문지에 국수를 싸 주시기도 합니다.

흥수 또래 아이들은 국수 가게에서 밖에다 국수를 말리면 지나가다 기다란 국숫발을 몇 가닥씩 잡아당겨 입 안에 넣고 오물오물 거리다가 똑똑 끊어 먹기도 하지만, 이상하게 단 한 명 흥수만큼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흥수는 밑에 끊어지거나 떨어진 토막 난 국수만을 꼭 집어먹었습니다.

국수가게 아저씨와 아줌마는 그런 흥수가 대견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안돼 보여 가슴이 아프기도 했습니다.

오늘도 수업을 마치고 흥수는 떨어진 국수 가락을 먹고 있었죠. 이마에 땀이 맺힌 국수가게 아저씨가 다가오시더니 할머니 갖다 드리라며 한 뭉치 국수와 밀가루를 보자기에 싸 주십니다.

보자기를 들고 가는 흥수의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분명 할머니는 국수에 김치를 쫑쫑 썰어 넣거나 뒤늦게 발견한 어제 뒤꼍에서 딴 애호박을 숭숭 썰어 넣을 게 분명합니다.

어느 틈엔가 허기졌던 흥수의 배는 하얀 국수를 먹을 생각에 점점 불러져 오고 있었습니다.

언덕길에서 흥수네 개 검둥이가 보자기를 들고 오는 흥수를 보자 제 먹을 것이 있는 양 "컹∼컹"짖으며 쏜살같이 달려오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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