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브로 변하는 교실을 꿈꾸며
시나브로 변하는 교실을 꿈꾸며
  • 충청타임즈
  • 승인 2007.09.11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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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발언대
조 소 현 <진천삼수초등학교 교사>

해마다 3월을 맞는 선생님들에게 아이들은 특별한 인연이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저 스쳐가는 하나의 선생님. 그 이상의 의미를 두는 것 같지 않다. 1년 동안 같이 지내다 보면 정도 많이 드는데.

학기 초 '요즘 아이들에 대한 자기 인식'이라는 특별한 과제를 해결하면서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됐다.

'자기 밖에 모르고 이기적이며, 또 너무 산만하고 버릇이 없고.'

이것이 요즘 아이들의 모습이다. 그러나 올해 맡은 반 아이들의 눈망울을 보며 새로운 설렘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큰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상대방의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친구를 일러댄다. 서로 똑같이 잘못을 하고도 이유를 물으면 "자기는 잘못한 게 없는데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말하거나 잘못한 사람을 불러내면 "너도 했잖아"하며 친구들을 끌어들이기 바쁘다. 급식소에서 밥을 먹은 후 자기 자리를 치우는 것도 더럽다며 인상을 찡그리고 몰래 도망가기도 한다.

매일 하는 훈화가 잔소리로 들리지 않게 아이들의 마음을 스스로 움직이게 할 방법은 없는 것일까 스티커보다 사탕보다 더 오랫동안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힘 말이다.

그러다 택한 방법은 말을 줄이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먼저 실천해 보았다. 아침 수업 시작 전 좋은 글들을 읽어 주었다. 'TV동화, 행복한 세상'처럼 설명해주지 않아도 듣고 나면 마음이 '짠∼'해지는 감동을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쓰레기가 떨어져 있으면 먼저 줍고, 청소가 잘 안 된 곳도 시키기 전에 먼저 쓸고, 더럽다며 피하는 급식소 바닥에 뒹구는 숟가락도 주워 보았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을 훈련시키고 말하는 연습도 시켰다. 나의 이런 모습에 시큰둥하던 아이들이 하나 둘 달라지기 시작한 것은 볕이 제법 뜨거워지던 여름이 다 되어서였다. 급식소에선 바닥에 떨어진 수저, 컵을 줍느라 밥을 먹고도 급식소를 돌아다니는 아이들이 생겼고, 교실로 가면서 쓰레기를 줍는 아이들이 생겼다. 친구들이 인정해주는 몇몇 착한 아이들부터 시작된 이 움직임은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어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타고 전해져 이젠 제법 여러 아이들이 함께 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작은 칭찬에도 이런 변화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이젠 스티커를 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착한 일을 즐기는 듯하다. 다리를 다친 친구를 위해 먼 급식소를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고 청소 구역이 아니라고 미루는 일보다 먼저 빗자루를 들어준다.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조금씩이라는 우리말 '시나브로'처럼 아이들의 모습이 조금씩 좋은 방향으로 계속 변화되었음 하는 간절한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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